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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끝은 어디일까?

by 진주

볏단을 쌓아놓은 들판에는 겨우내 잠들었던 독새풀이 푸릇푸릇 언 대지를 밀고 얼굴을

내밀다 찬 기운에 놀라 다시 숨어들었다.

우리 동네 한가운데 흐르는 냇물도 이른 봄볕에 녹아내린 얼음조각 들과 함께 졸졸졸 내려올 때쯤이면 널빤지로 만들어서 겨우내

타고 놀았던 스케이트도 마당에 뒹굴고

있었다. 어지간히 방문을 여닫으며 들락 탈락하던 우리들을 향해 할머니께서 역정을 내셨다.


이제 햇볕이 들기 시작한 마당에서 사촌들과 편을 가르며 놀던 우리들을 향해 할머니께서는 끄럽다고 간짓대를 흔들어 대셨다. 밖에 나가면 한마을 아이들과 편을 짜서 승부를 가리며 놀았고. 학교라는 새 환경으로 바뀌면 면 단위 학생들이 모여서 승부를 가렸다. 좀 더 크면 영토가 확장되어 건너편 아이들과 싸움했다.

주로 백중날인데 남자들은 앞장서서 강 가운데를 두고 돌팔매 질 했고 여자들은 치마에 돌을 날라다 주었다. 싸움에 치마대첩도 한몫을 했지만 서로 돌을 던지기는 했어도 강폭이 넓어서 돌멩이는 다 강으로 빠져 버렸다.


인간은 이렇게 성장하면서 새로운 환경과 더불어 서로 경쟁하며 살아간다. 선의의 경쟁도 있지만 항상 경쟁 뒤에는 인간의 탐욕이 숨어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학문이나 운동, 기술, 각가지 분야에서 땀 흘린 만큼의 대가로 자족하며 살아간다면 별로 문제가 없을듯하다.

그러나 하나를 가지면 두 개를 가지고 싶어 하는 인간의 탐욕으로 싸움이 일어난다.

안방에서 먹을 것 가지고 싸웠던 형제들이 마당에서는 사촌들과 싸우고 학교 가서는 면 단위로 싸운다 중. 고등학생이 되거나 대학생, 사회인이 되면 읍에서 시로 더 나아가 세계적인 무대가 되어 승부를 겨루게 된다.

그 속에 각자 가진 이념이나 이즘으로 부딪치면 말릴 수 없는 한판 싸움이 벌어진다.



우리는 전쟁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태어난 세대들이다. 다우다 검정 팬티에 흰색 러닝셔츠 한 벌로 여름을 보내기도 했고, 옥수수 죽으로 한 끼 밥을 먹었던 세대들이다. 오죽이나 쌀이 없으면 나라에서 수요일마다 분식의 날로 정해주어서 저녁마다 밀가루 죽을 끓여 먹을 때도 있었을까~ 그리고 반장 아저씨께서 저녁때가 되면 조사를 하던 때가 있었다

보리쌀과 쌀을 섞어서 도시락을 싸왔는지 점심시간이 되면 선생님께서 회초리를 들고 검사하는 때도 있었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을 지켜보며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솔직한 심정은 다른 나라 전쟁이 우리나라 식탁까지 위협받고 있기에, 심각한 우리 밥상이 먼저 걱정되는 이기적인 마음이 앞선다.

결국 싸움의 끝은 물가가 높은 까닭에 식탁에서 일어났다.

어제저녁 반찬으로 갈치 찌개를 했다.

머리 다음 토막은 내장을 빼냈기에 가운데가 비었고 그다음 토막이 가장 통통했다.

네 도막 낸 갈치를 두 도막 씩 두 끼를 먹으려고 나누어서 식탁에 놓았다.

갈치맛은 언제 먹어도 배신하지 않는다

부드럽게 입안에 감기는 맛이 절로 밥 숟가락이 꿀떡 넘어갔다.

나머지까지 가져오라는 남편을 설득하다 냄비채 놓으며 다 먹으라고 나도 모르게 식탁에 쿵 내려놓았다.

비싼 갈치 때문에 식탁에서 그만 전쟁이 일어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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