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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되고 보니 (세 번째)

시어머니 마음 이제야 알 것 같아요

by 진주

새벽 다섯 시 가족 카톡방에 문자가 들어왔다. 출산 앞두고 있는 며느리가 예정일보다 이주 빠르게 양수가 터져 급히 병원 가는 중이라고 한다. 모든 여자들이 겪어야 할 산통이지만 며느리가 겪을 생각 하니 주여! 가 절로 나왔다. 초조한 마음으로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지만 저녁이 다 되어가도 "아직"이라는 카톡만 왔다.

자연분만 하려고 애를 썼지만 어미 뱃속에서 다시 밤을 새웠다.

할 수 없이 양수가 미리 터져 산모와 태아를 위해서 제왕절개 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한 지 삼십 분 조금 넘자 이쁜 손녀가 태어다는 소식이 왔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수술할 건데

고생한 며느리 생각하면 마음이 지금도 짠하다. 손녀가 태어난 기쁨도 잠시 며느리가 출산하자마자 공황장애가 왔다. 하루 동안 분만실에서 용을 쓰다 보니 갑자기 갇혀 있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산후조리원보다 낯설지 않은 환경이 더 낳을 것 같다고

며느리가 퇴원을 서둘렀다. 원주 사신 사돈도 얼마 전 둘째 딸이 출산해서 돌봐주고 있는 터라 산후 도우미 도움 받기로 했다. 아기만 낳아도 정부에서 혜택 주는 게 많아서 감사하다. 돌바줄 이모님도 싹싹하고 경험도 많으신 분이 오셔서 더욱더 감사했다.

퇴원 후에 아시는 집사님께서 알려준 가까운 병원으로 급히 갔다. 다행히 급성으로 온 공황장애인데 약 복용하면 괜찮다고 한다. 귀한 것일수록 그냥 얻어지는 게 없다. 나이 들어 첫 손녀를 보게 되어 들떠 있었는데 다행히 초기에 발견되어 그나마 감사했다. 예기치 않는 사건이 찾아올 때 내가 할 수 없으니 주님께 부르짖게 된다. 하나님의 은혜로 회복되어 일상생활 잘하고 있다.




육. 이오에 태어난 손녀딸은 자기 생일만큼은 친가, 외갓집에 확실하게 도장 찍었다. 무더운 날씨가 곧바로 이어진 탓에 며느리는 제대로 몸조리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벌써 직장 복귀하니 걱정이다. 그래도 다행인 게 재택근무하는 날이 많다. 집안에 있는 것보다 일주일 두 번 정도 직장 다녀오는 게 훨씬 좋다고 다. 시부모 걱정시키지 않으려는 마음 씀씀이가 고맙기 그지없지만 짠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이 와중에도 손녀딸은 먹고, 싸고, 자고, 자기가 할 일 잘하며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좋은 세상이라 날마다 사진과 동영상이 가족 카톡방으로 날아온다. 옛날 같으면 백일 사진 겨우 찍고 외갓집과 친가에 보내주는데 요즘 손녀딸 놀고, 울고, 자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아침마다 이 영상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벌써 누워서 피아노 건반 모양을 발로 찬다. 음악이 나오자 리듬에 맞춰서 몸을 움직이는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다. 다들 내 새끼는 천재인가 한다더니 정말 우리 아들 내외도 마찬가지다. 다른 집 아이들은 전혀 하지 못한 행동을 자기 자식만 한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아침마다 일어나면 손녀 동영상 보며 나도 모르게 혼자 웃음 짓곤 한다.




9월부터 월요일에만 아침 8시에서 12시 30분까지 손녀를 돌보고 있다.

8시쯤 도착해서 아들과 며느리 출근하고 난 뒤 손녀딸과 노는 시간이다. 비교적 순한 편이라 돌보는 데는 그다지 힘들지 않다. 요즘 장난감과 놀이 기구가 잘 되어있다.

손으로 눌리기만 해도 음악이 나온다. 모빌은 돌아가면서 색깔별로 다르게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 모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따라 손녀는 손짓, 발짓하며 논다.

잘 웃고 잘 노는 편이지만 우유 먹을 때마다

내 손가락을 잡는 손녀딸을 보니 마음이 짠하다.

아이들은 젖 먹을 때마다 엄마눈 마주 보며 한쪽 손으로는 젖을 만지작 거리는데,

잠투정할 때마다 또 공갈 젖꼭지 빠는 손녀를 보면 에구 소리가 절로 나온다.




첫아들 태어나던 해 추석을 맞이해 친정을 갔다. 짝 젖이 된 나를 보더니 친정엄마가 속상해하셨다.

요즘 젊은 엄마들은 자기 몸 관리하느라 젖도 안멕인다드만 ~~

나랑 같은 해에 올케도 아들을 낳았다.

젖이 부족한 며느리를 보며 젖이 흡족해야 터덕터덕 잘 큰디 하셨다.

옛날 어르신들이 지어낸 말이 정말 하나같이 명언이다. 젖 주는 며느리 보며 시어머니들은

" 배부르게 더 멕여라" 아직도 배가 홀쭉하다.

그 반면에 친정어머니는 외손주 젖멕이는 딸을 보고 "어지간히 멕여라" 배 부르겠다

하신단다.


모유로 인한 황달로 나도 첫아들을 낳고 삼 개월 모유 먹이다가 분유를 먹였다.

젖병 흔들 때마다 시어머니께서 혀를 차셨다. 좋은 젖 놔두고 병원에서 하란대로 하면 워쩌께 키운다냐?

"얼굴에 외꽃이 피었네" 하다 보면 제 얼굴이 다 돌아온디 하시며 혀를 끌끌 차셨다.

그때마다 섭섭했는데 나도 역시 " 시어머니 되고 보니 " 손녀딸이 공갈젖꼭지 빨 때마다 에구 소리가 절로 나온다. 며느리가 건강하게 생활한것만도 감사한데 이처럼 간사하다.


퇴근 무렵 며느리에게 전화가 왔다

어머니! 이안이 돌보느라 수고 많았어요.

아니다 너희들이 직장 다니면서 아기 키우느라 더 힘들지~

했더니 아니에요 저는 진짜 이안이 커가는 모습만 봐도 행복해요 어머니!


육아랑 병행하며 직장생활도 야무지게 잘하는 우리 며느리 최고다!


# 손녀딸 # 며느리 # 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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