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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 되신 어머니 장난감

어머니의 기억

by 진주

엄마!

새벽 두 시여

지금까지 잠을 안 자면

내일 아침 어쩌려고


젊었을 때 버릇이

나와서 그런다.


그때는

바느질 감이

많이 들어와서

밤 새울 때가 많았다

저고리 감 하나 해주면

한나절 밭 매 주고

두루마기는 하루 모심어 주고

바느질로 일꾼 사서

농사 지었제


젖이 부족해서 니그들 키울 때

배가 고파서 많이 보채도

맘죽 한번 못 끓여 멕이고

바느질만 했다


엄마!

날이 다 샜어

주무셔야 된당께


바느질도 때가 있는갑다

맘은 있는디 얼릉 못하것다

해 논 것도 없는디

날 샜다고


졸린 잠 때문에

엄마를 앙칼지게 부르고

얼릉 주무시라고 하면

인자 치울란다

매조지도 못했는디


한잠 자고 일어나면

큰 방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


엄마!

아직도 안 잤어

다리 한쪽 펴고 그쪽으로

의지한 채 어쩔 땐 다섯 시간

여섯 시간도 그 자세로

색깔을 부지런히 맞추고

계신다.


시간도 세월도 계절도

구분을 못하시는 엄마는

삼층 계단 올라오시다가

백두산보다 더 높은 데서

산다며 역정 내시고


평생

고단했던 삶을

한숨으로 토해내시고

소파에 누워서 그대로

이 든다.


오늘이 백세 생신이라고

해도 금방 잊으시고

엄마 어린 시절 이야기로

꽃을 피우다

차도 놓치고

다시 와서 모시고

겨우 센터를 가셨다.


계단에

노랗게 피어있는

들꽃을 보며

원래 꽃은 야생화가

더 이쁘다며

꽃을 보며 소녀처럼

좋아하신다.


엄마 생각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보라색 국화꽃

이야기를 하시며


이 가을에

고흥 들녘으로

엄마는 국화꽃을

보려고 소풍을

떠나신다

어머니 백세 생신

여름휴가 때 동네분들과 미리 축하 백세생신

(고향은 마지막이 되었다)


#바느질 # 소풍 # 국화꽃 # 엄마 #장난감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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