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미숙 Aug 10. 2024

폭염 속 여름휴가 삼일째

거제 장가계를 거쳐 남해 독일 마을로

    

우리나라도 ‘미니 장가계’가 있다는 말을 듣고 거제도로 향했다.

오나가나 폭염이다. 그 속에서도 들판에 벼는 튼실하게 자라 나불거리고 있다.

세 번 피고 지면 나락이 여문다는  배롱나무 꽃이 활짝 피어 낯선 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30년이 된  명소라고 하는데 ‘거제 자연예술랜드 미니 장가계’는 폭염 때문인지 한산하기 그지없다.  

꽃 피는 봄에 오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오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화초와 수석에 물을 주느라 호스가 늘어져있고, 물을 뿌리고 지나간 자리에는 흙냄새가 올라왔다. 돌과 식물, 나무, 돌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어 작품을 만들어놓았다.

 능곡 이성보 선생님께서 가꾸신 개인 예술원으로 50여 년 동안 수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야외공원에 있는 석부작의 세계, 미니 장가계는 사다리를 놓고 돌을 쌓아 올려 만든 곳이다. 돌과 돌 사이에 식물을 심어 마치 깊은 숲 속에 온 것 같다.

선생님의 자연석에 대한 집념과 예술이 대단하지만 사모님의 내조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장가계 관람을 마치고 다시 남해 독일 마을로 향했다.

한시쯤 도착했으니 일단 시원한 곳에서 목을 축여야 했다.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땀부터 식혔다. 한낮에 고속도로를 달려왔으니 우리 모두 샐비어 꽃처럼  얼굴이 빨갛게 붉어 있었다. 운전하느라 수고한 형부는 오히려 말이 없고 뒷좌석에  앉아서 온 처제가 햇볕이 따라다닌다며 구시렁댔다.

아이스크림으로 목을 축이고 독일 마을을 구경하기 위해 양산을 폈다.  

    

"남해 독일마을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독일로 파견된 한국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 후 한국으로 돌아와 정착할 수 있도록 조성된 마을이다. 독일의 전통 건축 양식과 건축물들은 모두 독일에서 자재를 수입해 지어졌다. 독일식 빨간 지붕과 하얀 벽이 특징인 건축물과 남해의 아름다운 경관이 이국적인 매력과 한국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곳이다.     

1960년대 우리나라는 6,25 전쟁으로 초토화가 된 아시아 최 빈민국가 중 하나였다.

파독광부와 간호사들이 벌어온 소중한 외화가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청춘을 바쳐 피와 땀이 맺힌 노동으로 일군 대가였고 국가적으로 경제대국의 초석을 놓았다.

개인적으로도 형제들의 학자금이나 부모들에게 집과 농토를 마련해 주었던 언니 오빠들이다.

독일 사람들은 퇴근 후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한잔 하는 우리와 달리 집에 와서 집을 가꾸고 정원을 손질하는 하는 것이 일상이 된 사람들이다.

그 속에서 함께 살던 사람들이 독일 마을을 가꾸었으니 당연히 깨끗하고 정원들이 잘 가꾸어져 있다.

(다음에서 소개된 내용에서 발췌)      

 

다시 한번 이곳에 와서 독일 식 펜션에 머물면서 주변을 돌아보고 싶다. 남편은 발바닥 티눈 때문에 걷는 게 불편해서 우리끼리 바로 옆에 있는 원예 예술촌으로 향했다. 이름난 박원숙 커피 앤 스토리를 가보고 싶어서였다.

입장료가 아깝게 우리도 걷다가 힘들어서 카페로 들어섰다. 여름휴가를 맞이해서 어머니를 휠체어에 모시고 오는 젊은 부부를 카페 입구에서 마주쳤다.  모자도 씌우고 양산은 며느리가  햇빛을 가려주고 휠체어는 아들이 밀고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모습이 달리 보였다. 우리도 시원한 주스로 목을 축이고 대충 눈요기만 하고 돌아왔다. 수국이 진 자리가 햇볕에 말라가고 많은 식물들이 가는 곳마다 축 늘어져 있다. 핸드폰에서는 한낮에는 외출을 삼가라는 폭염 안내 문자가 들어왔다.

역시 여름철 여행은 칠십이 가까운 나이에는 무리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휠체어를 타고 자식 따라 구경 나온 어머니도 서둘러서 가셨다. 뙤약볕이긴 해도 자녀들과 함께 해서 좋아하셨을 것 같다.

     

다시 하동을 거쳐서 압록까지 와서야 점심 겸 저녁을 먹기 위해 매기 참게 탕을 주문했다.

이 지역의 대표 음식답게  메기와 참게 우거지를 넣고 끓인 탕이 제법 큰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면서 나왔다.

빨갛게 익은 딱딱한 참게 딱지에 밥을 비비자 군침이 돌아 게눈 감추듯  먹었다.

참게와 메기맛이 어우러진 시래기도 부드럽고 맛있어서 국자로 몇 번이나 밑바닥을 긁어댔다.

은어 튀김은 입에 들어가자마자 살살 녹아들었다. 튀김 중에 가장 으뜸인 것 같다.

엄마 품처럼 역시 고향은 따뜻하고 좋다. 여기서 십분 정도만 달려가면 부모님이 살았던

곳이다.  엄마가 시간 나면 풀매고 가꾸었던 마당에 잔디는 그대로 있으려나~~

작가의 이전글 광안리에서 요트를 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