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미숙 Aug 07. 2024

광안리에서 요트를 타다.


여름휴가철이다.

올해는 특별히 부산 사는 오빠가 형제들을 초청했다. 광안리 해변가에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해 놓고 몇 년 전부터 바닷가 영상을 형제 카톡방에 올렸다. 옥빛으로 빛나는 바다 하얗게 물 살를 가르며 길을 내는  보트를 볼 때마다 마음이 설레었다.

올여름휴가는 언니네랑  삼박사일 휴가 기간이 다행히 서로 맞아 가게 되었다.

차가 밀릴 것을 예상하고 새벽부터 서둘렀다.

더위로 나무도 가지를 축 늘어 뜨린 채 꼼짝없이 서 있고  지나가는 차들마다 불볕으로  더 반짝거린다. 휴게소에서 내리자마자 잠시 실수로 스친 보닛에서는 전기다리미 열판을  잡은 것만큼이나  뜨거웠다. 그래도 즐거운 여행길이다.  

고속도로 사정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차가 밀리지 않아서 1시 정도에 도착할 것 같다. 




중간중간 오빠랑 통화하며 기장에 있는 대게가 유명한 음식점으로 바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먼저 자리 잡고 기다리고 있는 오빠, 올케 언니를 만났다. 형제들이 만나는 자리에 과수원 하는 막내오빠네가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쉽다. 비가 자주 내리는 통에 약을 제때 못해서 바쁘다고 한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를  먹기 좋게 중간중간 칼집을 넣어서 나왔다. 쭉쭉 빠지는 부드러운 대게 살을 국수가닥 흡입하듯 먹어치웠다. 마지막에 게딱지에 비벼 나온 밥과 된장국은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지 못해 내내 아쉽다.


오랜만에 해운대 달맞이 고개를 지나 광안리에 도착했다. 오빠 집 거실에서 바로 보이는 광안대교가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보다 훨씬 아름답게 뻗어있었다. 갈매기의 모습과 파도의 곡선을 이미지화했다는 광안대교와  시시각각 변하는 야간 조명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충분히 설레게 했다. 밤 9시가 되자 광안대교로 많은 요트가 불빛을 반짝이며 모여들었다. 그리고 일제히 폭죽을 쏘아 올리자 바다는 한순간 찬란한 불빛으로 가득 찼다. 역시 여름 바닷가는 나이가 들어도 사람을 들뜨게 만든다. 형제들이 나란히 광안리 해변가를 밀려가고 밀려오는 파도와 함께 걸었다. 우리 형제 사진작가로 임명된 형부가 열심히 핸드폰을 치켜들고 순간을 잡았다.

꼼꼼한 성격으로 많은 인파 속에서도 파도가 밀려오는 배경만 잡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더운 여름철에 손님이 집에 찾아오면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옛말이 있다.

그런데 겁도 없이 우리 오빠는 대단한 폭염에 동생들을 초대했다. 우리 올케 언니는 사십여 년 동안  유치원 경영하다 삼 년 전 칠십 세에 은퇴했다. 언제 배웠는지 퓨전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훌륭하게 차려놓았다. 단호박. 노랑, 빨강, 피망과  닭고기를 넣어서 끓인 영양죽이 부드럽고 맛도 좋았다.

낮에는 민락동에 위치한 횟집에서 팔딱팔딱 뛰는 광어, 도다리, 낙지, 멍게, 해삼을 한 상 차려서 먹었다. 마지막에 얼큰하게 끓여 온 해물찌개로 마무리했다.

역시 여행은 먹는 즐거움이 크다.


이튿날, 젊은이들 틈에 끼여 우리도 마지막 8시 30분에 운행하는 요트를 타기로 했다.

광안대교를 지나 동백섬 근처까지 다녀오는 코스로 시간은 오십 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드디어 요트를 타기 위해 안내자를 따라 구조물을 건넜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기 위해 구명조끼를 나누어 주었다. 우리 형제들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광안리 바닷가를 바라보며 유유히 요트를 타고 나아갔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귀가 찢어지게 들렸지만 흥에 겨워 몸이 저절로 흔들거렸다.  

잔잔한 바다 같아도 제법 파도 때문에 배가 자주 흔들렸다.   투어 코스는 요트 경기장에서  마린 시티, 광안대교, 동백섬을 거쳐 다시 요트 경기장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요트 투어 하이라이트는 역시 광안대교 아래서 스태프 분이 나와서 폭죽을 터트리는 시간이다.

일제히 밤바다를 누비던 요트와 배들이 폭죽을 터뜨리자 밤하늘에

높이 치솟은 작은 불빛이 모여

화려한 불꽃을 만들어냈다.

높이 솟은 바닷가 주변의 아파트 불빛도 환상적이다. 다시 마린 시티를 거쳐 요트경기장으로 되돌아왔다.

여름 바닷가 해변의 밤은 오히려 낮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려든 것 같다.


올케언니는 재빠르게 오이 썰고 계란으로 고명 얹고 열무김치 넣은 화려하고  시원한 열무 냉면을 한 상 차려왔다.

늦은 저녁까지 올림픽 경기를 보며  이박 삼일 동안 부산 여행을 마쳤다.

 내일은 거제 들려서 남해 독일 마을 구경하고 부모님이 살아생전 계셨던 고향집으로 갈 참이다.

막내 오빠얼굴도 볼 겸


 # 올림픽 # 오빠 # 올케 언니 # 금문교  # 불꽃 # 폭죽 #대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