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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미숙 Sep 17. 2024

오래된 이야기

추석이 돌아오자 옛날이야기로

웃음꽃이 핀다. 큰집인 우리 집에서  작은 엄마, 당숙모, 고모님이 만나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로

배꼽을 잡는다.

사실 그때는 다들 힘들어서 부엌 한쪽이나 장독대에서 눈물을 한 바가지 흘렸을 것이다.

지나간 사연이니 옛이야기로

떠들썩하게 웃고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십팔번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는 화장실 그때는 칫간이라고 했다.

종이가 변변치 않을 때 누에치고 나면 누렇게 오줌, 똥이 베인 신문지가 고급 화장지였다.

부들부들한 볏짚 끝을 한 움큼 잡아서 뒤처리를 해도 좋았던 시절이다.

누에치고 난 신문을 한쪽에 모아서  손님 용으로 사용하던 때이다.

그런데  작은 엄마는 눈치 없이 손가락 사이에 신문을 끼고 한들거리며   모습을 상할머니께 들켰다.


 모습을 한 뱀이 사는 고모가 흉을 냈다.

 예펜네가 칫간 갈라면 소리소문 없이 가야지 신문지데기를 손가락에 끼고 나풀나풀 거리며  걸어간다는  소리까지 겉들이 상할머니 흉내를 냈다.

작은 엄마는  행동 하나하나 꼬집어서 야단치는 상할머니가 무서워서 큰집에 오는 것이 싫었다며 목소리가 커졌다.




한 뱀이 사는 고모  시집가기 전 불씨를 자주 꺼트려서 할머니께 꾸중을 들었 한다.

저녁밥을 짓고 난 후 불씨를 재속에 넣고 다둑다둑 해두어도 꺼졌다.

그때마다 큰집에 와서 솔갱이에 붙여서 뛰어가면  살림 잘 흔다  담배통을 두들기며 혼을 냈다.




그때 또 당숙모님이 끼어들었다.

편찮은 시어머니 앞에서  눈치 없이 밥 늦게 먹는다고  야단을 자주  맞았다.

그때부터 당숙모는 부삭 앞에서  밥 한술  말아  불이  나오면  발로 걷어차며

 먹었노라고 했다.




갑자기 형님은 상할머니께 야단 한번 안 맞고 살았지요?

이구동성으로 종갓집 맏며느리인 우리 엄마를 겨냥한다.

그때마다 워이! 나라고 뭔 소리를 안들었것는가?

입덧할 때 베짜다 말고 힘없어 누워 있으면 쿵쿵쿵 발자국 소리가 나면 벌떡 일어났네

실 떨어졌냐? 하고 문 열 때마다

속없는 할머니라고 궁시렁댔그만

그래도 형님은 종손 맏며느리라고

엄청 대우가 좋았지라

그랬능가? 나는 모르것네




명절만 되면 상할머니, 증조할머니 이야기 들으며 자랐다. 상할머니는 여섯 살 때 돌아가셨지만 엄마가 살아계시는 동안 우리랑 같이 살았다.

증조할머니도 마찬가지다.




명절 때마다 들었던 옛날 어른들 시집살이 이야기도 이제 땅속에 파 묻혔다.

살아계신 작은엄마도 겨우 전화통화로만 옛날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명절이 되니 그분들의 이야기가 새삼

그립다.


# 시집살이 # 할머니 # 누에고치 # 당숙모

# 작은엄마 # 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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