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도 감기 걸린 날

by 진주


​등원 준비로 바쁜 아침, 손녀는 베개 하나를 품에 꼭 안고 뭉그적거린다.

아직 서툰 말로

"할머니는 어떤 베개가 좋아?" 묻는 그 예쁜 얼굴에 대고 어찌 서두르라고만 할까. 할머니는 이 베개가 좋다고 맞장구를 치며 한참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뒹굴었다.


​뒤늦게 집을 나서며 걱정이 앞섰다.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처럼 놀이터에 발을 들일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간밤에 내린 비로 길목은 이미 젖어 있었다.

​"아이고, 비가 와서 놀이터가 다 젖었네. 해님이 나와서 보송보송하게 말려주면 그때 놀아야겠다."

우리 이안이는 하늘을 한 번, 젖은 미끄럼틀을 한 번 쳐다보더니 엉뚱하고도 귀한 질문을 던진다.

"해님도 감기 걸렸어?"

​구름 뒤에 숨어 보이지 않는 해님이 걱정됐나 보다. 나는 우리 이안의 창조적인 물음에 웃으면서 대답해 주었다.

"그렇네, 해님도 콜록콜록 감기가 걸려서 구름 이불 폭 덮고 자러 갔나 봐."


20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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