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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떡 이야기 세 번째

야생화가 더 이쁘니라

by 진주

올 여름에도

우리 집 계단에는

채송화, 봉선화가

노랑, 빨강으로

수를 놓다.


소박한 채송화 화분에서

포기가 함께 자랐다.


볼 때마다 눈에 거슬려

뽑아버릴까?


어느 날

하늘 높이 올라간

가지에 꽃망울이 맺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무슨 꽃일까?

꽃망울이 노란빛으로

열릴 때마다

설레었다.


샛 노랗게 겹겹이 쌓인

꽃송이가 활짝 피었다.

채송화와 당당히 견주며

우리 집 계단을 랑, 빨강으로

물들였다.


백세를 코앞에 둔

엄마가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가쁜 숨을 몰아낸다.


그리고

한마디 하신다.

계단도 많다.

아직도 더 남았냐?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내릴

때마다 못 본채 했다.


살아내시느라 내뱉는

깊은 숨소리가 오늘따라

맘이 녹아내린다.


노란 풀꽃이 또다시

꽃을 피웠다.

잡초 같은 풀 꽃을 보며

고단했던 엄마 인생을

다시 생각한다.


하찮게 생각했던 풀꽃 앞에서

원래 야생화가 더 이쁘니라

잠시 숨을 고르시더니만


한숨이 거름이 되고,

이쁘다는 말 한마디가

햇볕이 되고 물이 되어

꽃을 피웠나보다.


엄마 발자국 소리에

잠이 깬 풀!

한 계단만 더

내려가면 평길이라고

엄마 앞에서 흔들흔들

춤을 춘다.


2018 09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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