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도
우리 집 계단에는
채송화, 봉선화가
노랑, 빨강으로
수를 놓았다.
소박한 채송화 화분에서
풀 한 포기가 함께 자랐다.
볼 때마다 눈에 거슬려
뽑아버릴까?
어느 날
하늘 높이 올라간
가지에 꽃망울이 맺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무슨 꽃일까?
꽃망울이 노란빛으로
열릴 때마다
설레었다.
샛 노랗게 겹겹이 쌓인
꽃송이가 활짝 피었다.
채송화와 당당히 견주며
우리 집 계단을 노랑, 빨강으로
물들였다.
백세를 코앞에 둔
엄마가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가쁜 숨을 몰아낸다.
그리고
한마디 하신다.
계단도 많다.
아직도 더 남았냐?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내릴
때마다 못 본채 했다.
살아내시느라 내뱉는
깊은 숨소리가 오늘따라
맘이 녹아내린다.
노란 풀꽃이 또다시
꽃을 피웠다.
잡초 같은 풀 꽃을 보며
고단했던 엄마 인생을
다시 생각한다.
하찮게 생각했던 풀꽃 앞에서
원래 야생화가 더 이쁘니라
잠시 숨을 고르시더니만
한숨이 거름이 되고,
이쁘다는 말 한마디가
햇볕이 되고 물이 되어
꽃을 피웠나보다.
엄마 발자국 소리에
잠이 깬 풀꽃!
한 계단만 더
내려가면 평길이라고
엄마 앞에서 흔들흔들
춤을 춘다.
2018 09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