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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떡 이야기 네 번째

엄마의 또 다른 이름 고흥 댁

by 진주

20180302


올해 98세가 되신 우리 어머니께서

주간보호센터 다십니다.

식탁에 놓인 프리지어를 보며 "아이고 참말로 어찌 그렇게 색깔도 선명하고 이쁜 꽃이 있다냐" 하시며 좋아하십니다.

그러시더니 시골에 있는 빈집에 머니께서 가꾸신 꽃밭에도 새싹이 돋고 있는지 잠시 그리움이 스칩니다.


아직도 꽃을 보면 아름답고 예쁘다는 표현을 하는 걸 보니 소녀감성이 남아 있나 봅니다.

요즘 어머니께서 국민학교 5학년 때

만들었던 색보를 기억하며 주간 보호센터 다녀오셔서 한숨 주무시고 나면 바느질에

흠뻑 빠졌습니다.


네모 반듯하게 똑같이 자르고 천이 미끄러우니 꼬맬곳을 접으시고 난 후 색상을 대각선으로 맞추시고 한 땀 한 땀 꿰매시더니 벌써 네 개째 만들어 놓으셨네요.

며칠 후면 부산 조카딸이 결혼합니다.

옛날에는 상보도 만들어서 시집갔는데

다들 시간 없으니 "할미가 대신 맹글어 줘야지 "하시며 열심히 만들고 계십니다. 어머니의 속마음을 모르고 날마다 저는 잔소리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힘들어하 때마다 타박만 했요.


마지막 남은 기력으로 한 땀 한 땀 꿰매시느라 힘드신 어머니께

날마다 팔다리 주 무러 드리고 불편함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며 에제르 역할을 잘 감당해 준 남편이 늘 고맙습니다.


형부랑 언니가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간장게장집을 모시고 가셨는데,

사장님께서 최 고령 어르신께서 오셨다고 극진히 섬겨 주셔서 그 집 단골이 되었습니다.


연세 드신 어머니를 섬기는 건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데 퇴근이 항상 늦은 저 대신 다행히 남편이 저보다 일찍 퇴근해서 저녁밥상을 차려 드립니다.


젊은 시절 무척이나 남편 때문에 속앓이를 많이 하고 살았습니다. 이혼을 시켜도 열 번은 넘게 시켰을 것 같은데 옆에서 묵묵히 지켜 봐 주신 장모님께 효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고 늘 남편이 감사하게 생각하며 섬겨드립니다,


부부 목장 예배드린 날에는 자녀들이 수고를 합니다. 군소리 없이 하는 우리 가족들과 가까이 살고 있는 형부랑 언니, 물질로 섬겨주신 두 분 오빠 가정 덕분에 저희도

덕을 보고 삽니다.


연로하신 어머니랑 함께 사니 친, 인척들이 자주 먹거리를 보내주시니 냉장고가 차고 넘칩니다.

어머니를 저희가 섬기는 게 아니고 오히려 덕을 보고 살고 있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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