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댁 이야기 하나
어머니의 또 다른 이름 공떡!
20170517
우리 어머니 이름은 강 애원입니다.
또 다른 이름은 고흥에서 시집와서 '고흥 댁'입니다. 그러나 부르기 쉽게 '공떡'으로 많이 불렸습니다.
올해 97세인 우리 친정어머니와 같이 동거한 지 5개월째 접어듭니다.
현재 주간보호센터 다니고 있습니다.
오늘도 머리 감으시고 화장대에 앉아서 어제도 물어본 것 똑같이 물어봅니다.
머리에 바른 오일 들고 얼굴에 바르면 되느냐고. 오일을 다른 곳에 두어야지 했는데 엄마처럼 저도 금방 잊어버립니다.
외출복 갈아입으려고 금방 벗어 놓은 옷을 다시 입기도 합니다.
무슨 옷을 입을지 몰라 한참 망설이기도 합니다.
젊은 시절 몸베와 저고리만 입고 사셨습니다. 이제야 멋 내기를 합니다.
주간보호센터를 학교로 아시는지 영어와 한문을 배우고 싶어 합니다.
열여섯 살 결혼한 후 옛날 법도대로 일 년 동안 친정에서 신부 수업 했답니다. 열일곱 살 섬진강을 가마 타고 오면서 그동안 세월은 강 건너편에 두고 고된 시집살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머니 일손과 말벗이 되어 주실 분을 같이 데리고 왔습니다. 그러나 일 년 만에 친정으로 다시 보내셨다고 합니다. 상할머니께서 화장품 냄새가 싫었나 봅니다.
결혼식 때 함에 넣어 온 화장품이 필자가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어머니 화장대 서랍에서 뒹굴었습니다.
그동안 로션 도 바르지 않고 생활하다 집안 행사 때는 며느리들이 화장해 드렸습니다.
그때마다 부끄럽다고 하시던 어머니께서 요즘 화장을 하고 싶어 하십니다.
멋도 내고 싶어 항상 입고 갈 옷을 저녁에 주무시다 이 옷 저 옷 챙겨놉니다.
아침에는 이 옷 저 옷 입어보시다 입던 대로 가신다고 합니다. 멋은 내고 싶은데 이제 몸이 따라 주지 않습니다.
옷 갈아입는 것도 귀찮다며 옛날 시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신다고 합니다
시장 가시는 날 그냥 입던 채로 가고 싶어 했답니다. 그런데 아버지 체면 깎인다고, 읍내 살고 계신 우리 고모할머니께서 장날마다 할머니 옷 점검을 하셨나 봅니다. 이대로 가면 좋은데 외출복으로 옷 갈아입을 때마다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나 봅니다.
재방송처럼 똑같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지난 이야기를 하십니다.
재방송은 어머니 유년시절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학교 다닐 때 붓글씨도 잘 쓰셨고 유희도 잘했답니다.
학예회 발표회 날은 극장을 빌려서 무대 위에서 춤을 추었다고 합니다.
색보도 잘 만들어서 가사시간에 만든
어머니 작품이 환경전시실에 걸어두었답니다.
큰 이모님이 삼 년 동안 걷지 못했다고 합니다. 모든 식구들이 큰 이모만 위해 주니
자기 뜻에 맞지 않으면 외할머니께 투정을 많이 부렸나 봅니다. 어머니는 어린데도 우리 외할머니 힘들게 하지 말자 다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엄마는 힘들어도 내색을 하지 않고 평생을 사셨습니다.
제발 아프면 아프다고 표현을 하셔야지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고 핀잔을 자주 드립니다.
지금은 30초 만에 물었던 거 또 묻습니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감퇴되면서
오히려 자기 속내를 말합니다.
지나간 시집살이 이야기, 아버지 이야기도 자주 합니다. 세월이 갈수록 현재는 잊어버려도 옛날 일은 너무나 기억이 또렷합니다.
옛날이야기 맞장구쳐 드리고 잘 들어야지 하면서도 잘 되지 않고 오히려 가르치려고만 하는 딸입니다. 내일은 잘 들어야지 다짐을 하지만 자신이 없네요.
* 남편이 미용실 모시고 가서 카트하고 오시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