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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댁 이야기 두번째

어머니 또 다른 이름 공떡

by 진주

20170601

저는

우리 어머니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전혀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저

허름한 몸베에 아버지

오래된 와이셔츠를 리폼해서

블라우스처럼 입으셔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어쩌다 오일장에 갈치를

사 오셔도 할머니, 일하시는 아저씨들

상에 차려드리고 엄마는

꼬리에 무 조각만 드셔도

그게 당연했습니다.


무슨 옷 무슨 색깔

좋아하시는지~~~

취미가 무엇인지 전혀

궁금하지 않았고


그냥

엄마는 슈퍼우먼으로

사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어느 해

부엌에서 부지깽이를 잘못 밟아서

그만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오른손이 하필 금이 가서

한 손으로 밥하고

궂은일을 다 하셔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올해 구십칠 세인 니는

그동안 묻어두고 사셨던

이야기들을 이제서야

풀어 놓으십니다.


독서를 좋아해서

큰오빠 낳고 잠시 짬이

나서 "이차돈" 책을 보고 있는데

상 할머니께서 석유 닳은다고

호롱불을 꺼버려서

다 읽지 못했다며

지금도 아쉬워하십니다.


붓글씨를 잘 쓰셨던

어머니께서 열일곱 살에

붓대를 놓으셨는데


어제

천자문을 사다 드렸더니

아침에 일어나시자마자

붓글씨를 쓰셨습니다


책가방도 없이 가는

주간보호센터

가시기 싫어하시더니

오늘은 붓, 천자문,

노트를 가지고 신나게

가셨습니다


어머니는

꿈도, 하고 싶은 것도

멋 내는 것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냥

칠 남매 우리 엄마인 줄만

알았는데

소녀적도 있으셨고

이쁜 옷도 입고 싶어 하시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고 갑니다.


몇십 년 만에

붓을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본 붓글씨지만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네요

자알 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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