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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가는 길

어머니의 고향, 나의 고향

by 진주

"고향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하늘 그 땅이 여기가 저긴 가 "


" 고향 땅"을 흥얼거리며

올해 99세 친정어머니 모시고 저는 제 고향을 우리 어머니는 어머니 고향을 생각하며 고속도로 대열에 올랐습니다.

같은 차 안에서도 각자 다른 고향땅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학교 마치고 동네 어귀 들어서면 이 집 저 집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가 하얗게 뭉게구름 되어 하늘로 올라갑니다.

여름 내내 썰렁했던 부엌문이 활짝 열리고

기름기 도는 음식 장만에 어른들은 하루종일 땀 흘립니다.

들일 하느라 텅 비었던 마당이 꼬순내가 풍기니 철없는 우리들은 뛰어노느라

땀 흘리고 덩달아 메리도 헐떡거리며 뛰어다닙니다.




섬진강 나룻배도 바쁜 철에는 학생들 등, 하굣길에 두어 번 왔다 갔다 하면 조용합니다.

명절에는 고향 떠나 도시로 간 언니, 오빠들! 한아름 선물 보따리 들고 찾아오는 발길로 유난히 바빴지요.

멋지게 달라진 모습에 우리 동네 사람인가? 주춤거리며 나룻배는 섬진강 물살을 조심스레 저어갑니다. 해 질 녘까지 바쁜 뱃길에는 은빛으로 물들인 피리 떼들도 뱃머리에서 멀치 감치 떨어져 향연을 베풉니다.

부드러운 천이 깔린 듯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그 끝에는 포플러 밭이 길게 늘어섰지요.




마을로 들어서면 초가지붕과 드문 드문 보이는 기와집이 보입니다. 굴뚝에는 하얀 연기가 뭉게뭉게 기둥 되어 올라갑니다. 코끝에는 고향 냄새가 가득합니다.

집 떠난 자식들 사립문 밀치고 들어서자

엄마는 거친 손으로 얼싸않으며 눈물 흘립니다.




보름달이 뜨면 마을 회관에서 콩쿠르대회가 열렸지요. 통기타 반주에 노랫가락 뽑아대는 오빠, 언니, 동생들! 음정, 박자 틀려도 밤이 늦도록 박수소리 뜨거웠습니다.

상품은 양은냄비, 바케스, 주전자, 바가지,

푸짐했지요.




밀린 고속도로에서 옛 추억을 꺼내놓고 하나하나 마주하다 보니 벌써 메타스퀘어 길이 쭉 뻗어있는 익숙한 길을 달립니다.

옛날 학교 다니던 때는 흙먼지로 가득했습니다. 지금은 잘 뻗은 고속도로, 쪽에는 황금 들녘 보기만 해도 배가 부릅니다.

어머니는 친정인 고흥인 줄 알고 물어봅니다. 엄마! 여기는 "고흥" 아니고 "곡성"이요

응! 그러냐 나는 "고흥"인 줄 알았다. 아직까지 건강하시지만 백세를 바라보고 있으니 가끔 이럴 때가 있네요.




우리 마을로 들어섭니다.

텔레비전에서는 유명인사들이 청, 백팀으로 나누어 노래자랑 하느라 시끌벅적합니다.

"코스모스 피어 있는 정든 고향역 이쁜이 꽃분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달려라 고향열차 설레는 가슴 안고" 나훈아 씨의 "고향역"이 울러 퍼지고 부엌에서는 추석 음식이 지글지글 끓고 있습니다.


2019년 추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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