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떡 (고흥댁) 이야기 열한 번째
구구단도 노래처럼 부르시고 시계도 잘 보시던 어머니께서 요즘 잠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한 밤중인데도 세수하고 옷을 챙겨 입을 때도 있다. 아직 새벽 세시라고 하면 그런다냐 나는 갈 시간이 다 된 줄 알았다. 새벽에 빨리 일어나는 날은 노치원 갈 시간에 잠을 주무신다.
자주 지각을 해서 우리 집 앞에서 차가 기다리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같이 차 타고 다니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해서 차를 보내기도 하지만 잘 기다려주기도 한다.
삼층 계단을 내려갈 때는 백두산보다 더 높다고 아픈 다리를 부여잡고 투정을 부리면 혼자서 별 생각이 든다.
성경 "여호수아"에 나온 기생 라합이 정탐군을 큰 소쿠리 태우고 밧줄로 매달아서 내려보내는 장면이 있다
그 방법을 써볼까? 어느 날 가까이 사는 언니와 의논을 했지만 별 뾰쪽한 수가 없다.
"헨리 나우웬"은 세수를 하는데만 두 시간이 걸리는 중증 장애인을 보살피면서 진정한 인내를 배웠다고 한다. 행동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어머니를 노치원 보내기 위해 독촉하면 오히려 놀란듯한 표정으로 서두르다 실수를 하게 된다. 인내는커녕 이 세상 사시는 동안 은혜와 평강이 넘치게 해 주시고 늘 천국 소망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라고 기도하다 화를 낼 때도 있다.
독촉하면 영어나 한문도 가르치지 않는데 그까짓 거 안 다닌다고 큰소리친다.
그런데 막상 차만 타면 얼마나 예의가 바른 지 늦어서 죄송하다고 인사를 공손하게 한다.
손이 가고 발이 가는 적용이 친정어머니인데도 참 힘이 든다. 어머니와 실랑이를 하고 난 후에는
죄책감이 밀려온다.
어제 고향 근처 사시는 하안 고모부께서 감 말랭이와 마른 토란대 한 박스 보내주셨다.
자주 차를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서 어르신들께서 옛날에 즐겨 드셨던 감말랭이를 센터에 드렸다.
장두 감으로 말린 감말랭이라 과육도 많고 부드러워서 어르신들께서 잘 드셨다고 한다.
고모님께서 여름휴가 때 어머니 모시고 하안 놀러 오라고 전화할 때마다 말씀하신다.
고모님도 구십 세가 가까워오는데 허리도 기억자처럼 되었고 무더운 여름이라 호랑이보다 무서운 게 여름철 손님이라는 옛말이 생각나 그냥 왔던 터다. 그런데 고모님과 통화할 때마다 섭섭해하신다. 고기랑 나물 반찬, 푸성귀 장만해 놓고 기다렸는데 왜 그냥 갔느냐고 섭섭하다고 한다. 이제 끝나겠지 하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내용으로 한 시간 넘도록 핸드폰을 붙들고 계신 다. 아마 두 분 다 서로 했던 말을 잊어버린 게 아닐까?.
이야기하다 보면 또 불씨처럼 살아나 새색시 때 이야기로 다시 돌아간다.
개봉된 영화 보러 섬진강 배 타고 읍내까지 다녀온 이야기, 솔전, 깻잎 전, 가지전, 흔한 푸성귀로 전 부쳐 먹던 이야기로 두 분 이야기는 끝날 줄 모른다.
고모님께서도 허리, 다리가 불편하셔서 몸이 기역자가 되신 상태로 지내고 있다.
그런데도 김장철만 되면 알맞게 절군 배추 사이사이에 넉넉한 양념 넣어서 맛있는 김장김치를 한 박스씩 보내주신다. 연세 드신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우리 집에 형제들, 친척, 친구들까지 때가 되면 택배가 끊이지 않는다. 막내 오빠는 사과, 고향 친구는 단감, 제주도에 사시는 오빠 되시는 분에게는 귤 한 박스가 왔다.
또 울산 사는 친구는 어머니 드리라고 보리굴비 한 두릅을 보내주었다. 가까이 사는 형부는 시간만 되면 어머니 좋아하시는 게장집을 모시고 가신다. 베란다에 즐비하게 늘어선 택배 박스가 각자 사랑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쌓여있다. 어머니를 모시는 게 아니고 어머니 덕에 풍요를 누리고 사는 요즘이다.
늦가을 곶감 매달았던 마루 끝이나 감 쪼개서 널어놓았던 멍석에서 삐득삐득 말라간 감 꼬지 골라 먹던 향수에 젖어보는 아침이다.
주님! 우리 어머님 지금처럼만 사시다가 주님품에 안길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인내 #감 꼬지#감말랭이 # 노치원 # 지각 #늦가을#고모 #헨리 나우웬
" 우리 어머니께서는 백한 살 되시던 해"
겨울에 천국 가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고모님도 올 삼월에 천국 가셨습니다.
늦가을로 접어드니 두 분 생각이 많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