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도 차별이 있는 현실에 대해
남편이 아재들의 골프 모임에 초대되었다.
이번 달은 16일, 레이크사이드 남자 넷이 한 팀이 되어 나가기로 했다.
혹시 빈자리가 생기면 내가 낄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
그 이유는 내가 여자이기 때문이다.
당황스러운 남편이 왜 안되냐고 물어보았더니 불미스러운 일로 혹시 오해받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라 했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여자가 골프를 치면 구설수에 오를까 두려워했다고 한다.
여자 골퍼가 그렇게 터부시 되는 것 치고 박세리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유명한 여성골퍼가 참 많다.
유연하고 정확한 스윙, 거기에 수려한 외모와 매너까지 갖추고 있으면 아저씨들이 환장하나 보다.
골프를 치기 시작하면서 몇 차례 이런 일을 겪다 보니 자존심이 상해 화이트 티에서 골프를 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최초의 여성 골퍼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문헌에 등장하는 최초의 여성 골퍼는 메리 스튜어트(Mary Stuart, 1542~1587)라고 한다.
그녀는 프랑스의 왕비이자 스코틀랜드의 여왕으로 어린 시절 골프를 배웠다고 알려져 있다.
메리 여왕이 골프를 칠 때 프랑스의 사관생도인 카데(Cadet)가 경호와 경기 진행을 도왔는데 이것이 오늘날 '캐디(Caddie)'의 어원이 되었다고 한다.
메리 여왕은 골프에 대한 열정이 매우 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심지어 남편의 장례식이 있던 날에도 골프를 쳤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골프를 너무 좋아해 훗날 왕좌에서도 쫓겨났다고 하는데 그 열정이 실로 대단했던 것 같다.
더불어 골프 용어의 기원에도 영향을 준 인물이니 골프의 역사라 할 것이다.
여성 골퍼의 역사가 이렇게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국내 일부 골프장 회원권은 남성과 여성을 따로 운영하고 있으며, 남성에게만 제공되는 회원권이 있다.
실제로 시세표를 보면 남성과 여성 회원권의 가격이 아르며, "남자 회원권"이라는 명칭으로 시세가 별도 표기되는 골프장이 있다.
최근에는 그나마 이것이 문제로 여겨져 남성 전용 운영을 폐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비할 바가 못된다.
골프 유튜브에서도 여성 골퍼가 나오면 실력을 논하는 글보다 외모에 대한 이야기, 옷차림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다.
여성을 상품화하는 구린 인식이 스포츠에도 남아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골프를 치는 여자이다.
어떤 골프 모임은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낄 수가 없다.
치마를 입으면 치마를 입어서 바지를 입으면 바지를 입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한다.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옳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취미로 그저 재밌자고 하는 일인데 이렇게까지 심각할 필요가 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재밌는 일이 정말 즐거우려면 모두가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재밌게 골프 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