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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한 자동차? 사람?

콜센터 스토리#6

by 둔꿈

"차량번호 24육7*1*"

차량 번호를 부르는 남자의 음성은 누굴 잡아먹을 듯이 다급하다.


"네.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개**! 잡아 죽여~! 저따위로 운전을 해.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야?"

콜센터로 전화하는 사람들 중에는 간혹 자신의 감정을 전화받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사람들이 있다. 욕설에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지만, 저분은 내가 아니라 눈앞의 사람에게 화난 것뿐이라고 스스로에게 주지 시키며 계속 전화를 받는다.


"해당 군부대 수송부로 전화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국민신문고나 안전신문고를 통해 정식 민원 제기 가능합니다."

당장 전화 연결하라는 분에게 상담원도 전화번호는 찾아봐야 하며, 연락처는 잠시 후에 문자 보낼 수 있다고 애원한 후 겨우 상담을 종료한다.


오늘 연락 온 분은 그래도 양반이다. 그래도 차량을 쫓아가며 추격전을 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간혹 차량번호 확인하겠다며 막 쫓아가면서 전화하는 사람들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불안하기 그지없다.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언제 '쾅' 소리가 들리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그 자체일 때도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마음들이 참 짠하기도 하다.

옆 차량의 운전 미숙을 '상대방이 엉터리라 그래.'라고 이해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을 위협한다고 규정하고 엄청나게 자존심 상해하며 보복감에 불타오르는 마음들......


그런 분들께는 때로는 "해당 차량은 운전병 교육 중입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도 있으나 꾹 참는다. 몇 번의 경험으로 기름에 불 붓는 격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들은 자동차를 자신의 '존재'로 이미 연결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나를 위협하고 침해한 상대방 자동차는 이미 천하에 못쓸 것이며, 처벌받아 마땅한 대상들이다. 나 외의 모든 차는 '적'으로 분류될 뿐이다.


정말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 최악의 상황이었다면 이의 제기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항상 콜센터로 전화하거나 추격전을 불사하고 있다면 스스로가 '존재감 표출'을 엉뚱한데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도로 위 난폭한 자동차를 만났다고 해서

나 역시 난폭한 사람으로 존재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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