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에 간호사만 있었을까?
콜센터 스토리#5
아흔이 넘은 할머니께서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질문하셨다.
"내가 말이야. 6·25 때 말이지 간호장교들을 도와서 열심히 일했어. 그런데 노무자라고, 그냥 옆에서 도운 사람이라고 등록이 안되어 있다네~!
나 죽을 뻔도 했었다니까. 그래서 보훈처에서 나보고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한테 '인우보증서'를 받아오라는 거야. 내가 그 사람들을 도와줬다는 내용을 기록하고 서명을 받으면 된다네. 그런데 돌아가신 분들이 많겠지? 좀 찾아주겠어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절대 안 된다는 안내 멘트가 입 밖으로 자동재생되려는 것을 꾹 참고, 그래도 혹시나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여쭤봤다.
"그분들 성함 아는 분 있으세요?"
"김 소위였는데, 박 소위도 있었고. 아, 그래. 정 소위도 있었다."
할머니께서 계급인 '소위'를 이름처럼 붙여서 이야기하신다. 할머니의 순진무구함에 웃음이 나는데 함께 마음은 아려오는 이런 상황이라니......
"어디 전투, 아니 계셨던 장소가 어딘데요?"
"모르지, 강원도 어디 산으로 차 타고 갔던 것 같은데...... "
대한민국 참전유공자로 인정받고 싶어도 인정받지 못하는 아흔 넘은 할머니!
그분께 내가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상투적인 내 답이 슬프지만 해야만 한다.
"할머니, 소위는 계급이고요. 이름이 아니네요. 못 찾아요.
강원도라는 것 하나 가지고도 조회 안되고요.
고생 많이 하셨는데, 6·25 참전자 등록 못하고 어떡해요~ 너무 속상해요."
"속상해요."로 말해봤자, 할머니께 무슨 위로가 될까?
그래도 덧붙여 본 "속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