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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울고 있다.

콜센터 스토리#10

by 둔꿈

이상하게 비 오는 날은 전화 오는 횟수가 적다. 그런데 평소보다 특이한 전화들이 이상하게 더 많이 온다. 그날도 그랬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전화, 그런데 "여기는 국방 헬프콜이 아닙니다. 잘못 거셨습니다."라고 말하며 끊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께서 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 아들이 죽고 싶어 해요."

흐느끼는 음성 앞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음성에 나 역시 과거의 기억으로 한 순간으로 돌아간다. 갑자기 죽고 싶다며 내 가슴을 아프게 했던 어떤 이등병 하나가 생각났다. 내 중대장 취임식 첫날을 피로 장식시켰던 행정병. 취임식 행사가 끝난 후 그 녀석은 각오한 것처럼 중대장실로 들어왔다.

"중대장님. 사실 저 죽고 싶습니다. 너무 힘듭니다."

어이가 없었다. 겨우 일주일을 봤지만, 이등병이면서도 밝게 웃으며, 당차게 지내는 것으로 보였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부임해 온 첫날, 죽고 싶다며 당장 인접 중대로 옮겨 달라는 것이었다.

"김이병, 솔직히 정말 당황스럽다. 네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천천히 이야기해 보자."


그런데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다시 나를 찾아왔다. 이번에는 커터칼로 손목을 그었는지 피가 선연하게 배여 나오고 있었다.

"저, 정말 죽고 싶다니까요!"


결국 취임 첫째 날 내가 제일 먼저 해야 했던 일은 김이병의 전출과 부대 내 사고 조사였다. 그리고 김이병을 죽고 싶도록 만든 상병 하나를 찾아내 결국 영창에 보냈다. 내가 그때 뼈저리게 배운 것은 죽고 싶어 하는 자에게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유 없는 사연은 없다.


이 어머니와 아들의 사연을 더 들어봐야 했다. 그래서 묵묵히 수화기를 계속 들고 있었다. 하지만 울다가 갑자기 전화를 끊으셨다.

"띠띠띠"


그런 분들이 있다. 그냥 울고 싶어서 전화하시는 분들. 이 어머니도 예전 내 병사처럼 이미 부대에서는 조사가 진행이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냥 어머니는 어딘가를 부여잡고 울고 싶으셨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길고 긴 까만 터널을 지나 지금은 잘 살고 있기를

아들이 자살보다는 살아나가는 방향으로 마음을 틀었기를......


그저 바랄 뿐


할 수만 있다면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모든 아들들에게 엄마가 울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아프게 울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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