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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욕먹는 사람들

콜센터 스토리#11

by 둔꿈

"선생님, 죄송하지만 욕설은 중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너희들이 국가 세금으로 거기 앉아서 하는 게 뭔데? 잘못했으면 욕을 먹어야지!"


그렇다. 우리는 자주 욕을 먹어야 한다고 규정되는 콜센터 직원이다. 그중 한 명인 나는 아침마다 출근길에 그날의 뉴스를 스크린 한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함이냐고? 아니다. 단순한 나의 생존 체크에 불과하다. 혹은 그날 욕을 얼마나 먹을 것인지 확인하는 바로미터로 삼기 위함이다. 마음에 각오를 할 만한 사건이 있는지를 뚫어지게 본다. 그러다 그날 아침 뉴스, 혹은 중간에라도 내가 근무하는 부처의 뉴스가 어딘가에서 속보로 뜨기 시작하면 콜센터 직원들의 마음에도 똑같이 빨간 불이 켜진다.


아무튼 뉴스를 보고 의기충천해서 전화하는 분들은 대개 전화받는 콜센터 직원들을 어떤 한 개인으로 보지 않는다. 객체화된다. 교육부, 보건복지부, 국가보훈부, 고용노동부 등 그 부처의 대표가 되어 버린다.

그런데 콜센터 직원들이 정말 대표성 있는 사람들일까? 전화받는 사람들은 누굴까? 오늘은 그 정체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그들은 사실 해당 공공 기관의 가장 낮은 직급의 사람들이다. 혹은 5월 1일인데도 쉬지 못하는 계약직 근로자들이다. 어떤 기관에서는 대놓고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기도 한다는 것은 구직 사이트를 몇 곳만 검색해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민원을 다루는 일은 모든 정규직 직원들이 가장 기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콜센터는 사실 가장 낮은 자들이 가장 높은 국민들을 섬기는 구조로 되어 있다.


어쩔 때는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콜센터 직원에게 설교하듯이 30분 이상씩 말씀을 하시는 분도 있는데, 세상에 그것만큼 비효율적인 행동도 없다. 콜센터 직원은 그 말을 몇 줄로 요약해서 살짝 더 높은 사람에게 보고할 뿐이다. 실제로 정책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인터넷 정책 입안 게시판을 통해 본인의 생각을 글로 올리던가, 정책 실무자를 찾아 통화하는 것이 현명하다.

오늘도 전국 곳곳의 공공기관 콜센터 직원들은 본인들이 입안하지도 않은 교육정책 문제, 알지도 못하는 아무개 직원의 도덕성 문제, 공공기관 인터넷 사이트 불량문제, 예방접종을 엉터리로 한 보건소 의사 문제 등 수만 가지의 이야기로 욕을 먹고 있을 것이다.


그냥 가끔 한 두 분이라도, 전화받는 이의 정체를 궁금해해 줬으면 좋겠다는 몽상을 해 본다.

욕받이, 총알받이일 수 도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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