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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이 지났는데, 찾는다고요?

콜센터 스토리#12

by 둔꿈

최근엔 국방부 유해발굴단 활동이 매우 활발한가 보다.

예전보다 문의 전화가 훨씬 많아졌다. 런데 다들 이구동성으로 '사기전화'가 아니냐고 묻고는 한다.

하긴, 속고 속임이 판치는 이 세상에서 집까지 방문해서 한국전쟁 때 돌아가신 분의 가족이 맞는지 유전자 채취를 의뢰하니, 이상해 보일지 모른다. 또 유해를 수습해 가면 천만 원 드린다고 돈까지 얽혀 있으니 더욱 수상할 수 있다.


일일이 걸려오는 전화에 안내해 드린다.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많은 유해들이 있으며, 그중의 하나가 당신의 가족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끊으신다.


그런데 최근 통화한 할아버지는 남다른 감회로 감정이 복받쳐 올라오신 듯하다.

"내 형님이 돌아오지 않은 지 70년이 지났어요. 그런데 아직도 찾고 있다고요?"

그리고 갑자기 숨죽여 끅끅거리며 우신다.

한참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어 말씀하신다.

"내가 죽기 전에 찾았으면 좋겠어요. 형님이 돌아오시는 걸 보고 싶네요."

차마 그 목소리 앞에 모두 다 찾을 수는 없다고, 아직 북한 쪽에 발굴되지도 못한 유해가 수도 없음을 추가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저 "그렇게 될 겁니다."라고 상담을 종료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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