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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 묘소에 핀 우정

콜센터 스토리#13

by 둔꿈

6·25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전우가 만나고 싶습니다. 만날 수 없음에도 간절히 보고 싶은 나의 친구, 나의 전우!


내 친구는 6·25 때 치명적인 총상을 입고 후송되었습니다. 그가 철철 피 흘리던 그 모습이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었습니다. 듣기로는 후방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다 세상을 떠났다고 들었습니다.

이제와 너무 늦었지만 전우의 묘소, 아니 위패 앞에서라도 서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를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가 고아였기 때문이랍니다.

맞습니다. 제 친구는 보육원에서 자라다가 10대 후반, 전쟁의 소용돌이 안으로 내동댕이쳐졌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 전쟁 속에서 그의 짧은 생을 끝냈습니다.


나는 그를 찾을 수 없습니다. 가족이 아니니까요.

국가 기관에서는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기록을 열람시켜주지 않는답니다.

그게 법이랍니다.


당시 가족이 찾지 않는 유해는 '무연고'라는 이름 아래 모두 임시묘소로 보냈다는군요. 그렇게 임시묘소로 옮겨진 유해는 대부분이 사라져 버린답니다. 어느 산천 아래 가루로 뿌려져 찾을 수 없을 거랍니다.


내 친구가 부디 찾을 수 없는 어딘가가 아니라

현충원이나 호국원 어딘가, 무연고 묘지에서라도 편안히 쉬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움이 아흔 넘은 나이만큼 차오릅니다.

내 친구, 전우를 만나고 싶습니다.




무연고 묘지에도 잊힌 삶과 우정이 있습니다.

그 그리움을 호소했던 어떤 분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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