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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 예비군?

콜센터 스토리#15

by 둔꿈

코로나 기간 동안 가장 주목받았던 삶의 비극 중 하나는 '소상 공인의 슬픔'이었다. 어디 기댈 곳 하나 없는 그들이 치명적인 직격탄을 맞아 시름할 때 국민들은 모두 공감해 마지않았다. 그리고 정부에서도 그들을 위해 이런저런 지원책을 마련하느라고 고심했던 것으로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런 기억 때문일까? 코로나 이후로 특히 소상공인 예비군들에게서 받는 전화는 마음을 서글프게 만든다.


"9시까지라고요? 겨우 5분 늦었다고 훈련 입장을 안 시켜요? 훈련한다고 사업장 다 팽개치고 왔는데, 겨우 5분 늦었다고 못 들어가게 해? 그럼 오늘도 못 가고, 다음에 또 오면 일을 이틀 공치는 건데! 이게 말이 돼요?"


"훈련 오라고 제 하루 일당을 잡아드시고, 오늘 저한테 얼마를 지급하세요? 교통비 8000원, 식비 8000원?"


"여기 가게 사장인데요. 제 직원이 예비군 훈련을 간다는데요. 오지 않아도, 제가 유급으로 4일 동안 돈을 줘야 하는 게 맞아요? 맞다고요? 국가에서 무슨 지원책도 없고, 내가 하루에 얼마나 번다고..... 세상에~"


아들이 군에 가서 유일하게 집에서 돈 벌던 사람이 없어졌다며 내내 울던 어떤 어머니의 목소리가 생각난다. 거기에 이런 예비군들의 목소리들이 겹쳐지면 어떤 한과 원망이 서린 수십 개의 벽, 그곳에 갇힌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병역을 무노동 임금해야 하는, 그 어떤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일까? 군에 오지 않았다면 한 가정의 가장으로 번듯한 돈을 벌어오는 남자, 혹은 BTS처럼 수억의 외화를 벌어들일 그 누군가의 소중한 시간 있다.


병역도 병역이지만 6년간 계속되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예비군 훈련, 그들의 하루가 자신과 가족의 생계로 이어지는 사람들 역시 부지기수다. 그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합쳐지면 도대체 얼마나 큰 손실이 계산될까? 코로나로 인한 다수의 비극은 크게 다뤄지는데 이 소수의 비극은 왜 묻혀야 하는 것일까? 언제까지 묻혀야 할까? 그리고 그들은 과연 소수일까? 그저 아무도 그 소수를 편들어주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비군도 뭔가 변화할 수 있는데 변화하지 않고 있는 것은 없을까? 군에 핸드폰이 도입되면서 콜센터를 찾는 부모, 곰신들의 자취가 사라진 것처럼, 예비군도 뭔가 획기적으로 변할 수 있는데 아무도 움직이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

설마...... 아닐 것이다.


누군가 정책부서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그저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이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언젠가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막막한 벽이 어떤 형태로든 깨져서 콜센터로 더 이상의 불만 가득한 고함 전화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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