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목소리가 참 예뻐요.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선생님, 사적인 질문은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전화하신 분은 그래도 양반이다. 청혼은 하지 않았다! 그전에는 쉰 목소리의 할아버지가 자기는 참 섹시한 남자라며, 결혼해 달라고 했다. 인생에 두 번째 받는 청혼이 참 얼토당토하지 않아 한참을 웃었다. 그래도 오늘 전화한 이분이나 과거의 할아버지는 정기적으로 전화하실 분들은 아니라 참 다행이다 싶었다.
콜센터에는 사실 전국곳곳에서 걸려오는 수많은 전화들 중에 희한한 전화들도 적지 않게 섞여 있다. 단골로 전화하는 분들 역시 몇 명 있다. 과거 참전자로 인정받지 못한 부친의 한을 풀어드리겠다며 천 번 넘게 전화하고 있는 이 OO 님, 뭔가 알아듣기 힘든 전문적인 기술용어를 써가며 국가발전을 위한 것이니 채택해 달라고 강요하시는 정 OO 님......
개인적으로 가장 독특한 분하다고 생각하는 분은 전 OO 님이다. 오늘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편곡본을 작곡했다면서 3분이나 노래를 부르신다. 상담 목록을 보니 3시간 전에는 다른 상담원에게 병문안을 와달라고 하셨다.
간간히 시도 읊어주고, 노래도 불러주는 사람.
매주 한두 번씩 전화를 하는 이 분은 어떤 분일까?
그리고 우리에게 전화하는 이 시간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한 번은 호기심에 동해 이분이 항상 걸어오는 그 일반전화로 연락을 취했다. 거기가 어디냐고?
정신병동이었다
간호사가 놀라며, 전화를 하지 않게 하겠다며 전화하신 분 성함이 뭐냐고 물었다. 성함을 말할 순 없었다. 왠지 그분에게는 소중한 무엇을 뺏는 것 같았다.
아! 누군가 돌아봐주지 않는 정신병동 안에서조차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며 살아가는구나.
인간은 그렇게 모두 애를 쓰며 살아가고 있다.
오늘은 그 애씀이 헛헛하게 마음을 두드리는 듯한 느낌에 휩싸이는 그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