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00 병원 원무과 000입니다. 여기 유족연금 받는 분이 계시는데요. 한 달 넘게 퇴원을 못 시키고 있어요. 아들이 하나 있는데 어머니를 모시러 오지 않네요. 아들이 관리하고 있다는 연금계좌를 어머니께서 다시 수령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콜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뉴스에서나 볼 듯한 특이한 일들을 간혹 접하게 된다. 그래도 이 집 아들은 어머니 돈만 챙긴 게 아직 한 달 밖에 안되었나 보다. 예전에 콜센터 직원 사이에 회자되던 어떤 유명한 아드님은 어머니 신분증을 가지고 계속 계좌를 몰래 터서 어머니 연금을 훔쳐갔다. 엄마는 그 아들이 연금을 가져가지 않게 해달라고 다시 전화해 계좌를 또 바꾸시고...... 소리 없이 마음 아픈 공방이 오고 갔었다.
과연 그런 사람들은 무슨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참 궁금했다.
그런데 머지않아 알 수 있었다. 어떤 민원인 분이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된 부친의 연금에 대해 이야기하다 말고 화를 벌컥 내셨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 이번달로 연금이 끝난다고요? 자식한테 연금이 안 가요? 그 인간, 우리한테 해준 것도 없으면서 연금도 안 준다고요?"
마음이 착잡해져 왔지만 그렇다고 자식들을 함부로 비난하기도 힘들었다. 세상 모든 집안의 가정환경이 다 똑같지는 않지 않은가?
5월에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붙어 있는 것을 보면 참 마음이 묘하다. 부모가 먼저 어린이날 아이를 챙기면, 챙김 받은 아이들이 3일 뒤에 부모를 생각하는 것인가?
서로 하도 돌보지 않은 일부 가정을 고려해서 누군가가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인가도 싶다.
'부자유친(父子有親)' 친하게 좀 지내라고 말이다.
부모와 자식 간도 관계이다. 그리고 관계가 유지되려면 일방적이면 안된다. 상호적이어야 오래가는 관계가 되는데, 참 특이하게도 부모와 자식은 서로에게 '당연한 대접, 당연한 애정'을 요구할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런 요구가 반복되다 보면 담이 쌓이고, 삐걱거리고 결국 절연하게 돼버린다.
5월을 맞아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나의 부모나 혹은 아이를 '당연한' 그 무엇으로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사람(人)으로 서로를 바라보자. 기대서 서로 의지하고 돌보자. 人이 제대로 서려면 어느 한쪽으로 관계의 축이 기울어서는 안 된다. 균형을 맞춰 함께 할 때 오래 같이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