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주머니 토끼 조모』, 제럴드 맥더멋 글·그림, 서남희 옮김, 열린어린
제럴드 맥더멋Gerald McDermott(1941~2012)의 『꾀주머니 토끼 조모』는 서아프리카 옛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나라마다 건국 신화가 있고, 그 나라 문화를 담은 옛이야기가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해님달님』이나 『은혜 갚은 까치』 같은 옛이야기 말이다. 작가는 세계 각지의 설화를 영화나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1972년 아프리카의 민담 영웅인 거미 아난시의 모험을 담은 첫 번째 작품 『거미 아난시』로 1994년 북서 태평양 지역의 설화 『까마귀』로 칼데콧 아너상을 받았고, 1975년 푸에블로 인디언 설화를 만든 『태양으로 날아간 화살』로 칼데콧 상을 받았다.
『꾀주머니 토끼 조모』에서 조모는 조그만 토끼지만 지혜를 갖고 싶어 으뜸신을 찾아가 지혜를 내려달라고 한다. 으뜸신은 그것은 네가 애써서 얻어야 하는 것이라면서, ‘대왕 물고기의 비늘’, ‘사나운 젖소의 젖’, ‘무시무시한 표범의 이빨’ 이렇게 세 가지를 가져오라고 말한다. 세 가지를 조금은 엉뚱하고 얄미운 방법으로 얻어 낸 조모가 으뜸신에게 받은 지혜는 ‘삼십육계 줄행랑’이다. 조그맣고 힘도 약한 토끼 조모가 지혜를 얻어 바람처럼 재빠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책을 보여 주기 전에 아이들에게 “일정한 형태의 무늬나 색이 반복되는 것을 두 글자로 무엇이라고 하나요? 영어랍니다.”하고 묻는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에 많이 있어요.”라고 힌트를 준다. 답은 패턴(pattern)이다. 답이 빨리 나올 때도 있고, 조금은 긴 설명이 오가기도 한다. “한국어로 하면 문양이에요. 친구들이 입고 있는 옷에서도 찾아볼까요?”하고서 서로의 옷에서 다양한 패턴을 찾아본다.
『꾀주머니 토끼 조모』를 하는 날에는 옷장에서 눈에 띄는 패턴이 있는 옷을 찾아서 입고 간다. 조모가 불가능한 세 가지를 얻는 방법도 재미나지만, 전체적으로 표현된 그림 속 문양이 눈에 띈다. 검은 토끼 조모가 입고 있는 옷과 으뜸신의 옷, 숲과 들판의 무늬에서 아프리카 문양이 연상된다.
『꾀주머니 토끼 조모』를 읽어주는 영상을 본 다음 아이들에게 물었다. “친구들이 으뜸신을 만난다면 무엇을 가지고 싶다고 할 건가요?”
“세상에 있는 맛있는 햄버거 다 먹고 싶어요.”
“다이아몬드를 갖고 싶어요.”
“1,000억을 가지고 싶어요.”
급하게 질문을 바꾸었다. “아니, 아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지금 내가 조금은 가지고 있지만 더 가지고 싶은 것도 좋고,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꼭 가지고 싶은 것도 좋아요.”
“순발력을 가지고 싶어요.”
“용기를 가지고 싶어요.”
“수영을 잘 하고 싶어요.”
“지혜를 갖고 싶어요.”
“체력을 가지고 싶어요.”
“사랑, 웃음, 호기심을 더 가지고 싶어요.”
“미소와 지혜를 가지고 싶어요.”
“우정과 약속을 가지고 싶어요.”
한 아이가 말했다. “혼이 안 났으면 좋겠어요.” 이 아이의 이름은 현명이다. 아이에게 물었다. “현명이는 언제 ‘혼’이 나는데?” 대답이 없다.
“왜 혼이 나는 것 같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모를까?)
“현명이는 현명이 이름 뜻을 알고 있니? 현명이 무슨 뜻인지 알아?”
“몰라요.”
“현명은 뭐든지 잘 생각해서 바른 행동을 한다는 뜻이야. 지혜로운 거지.”
“현명이는 이름부터 지혜롭네. 멋지다!”
“혼이 날 때면 현명이가 왜 혼이 나는지 한 번만 생각해 보자. 물어봐, 현명이 혼내는 사람에게 왜 나를 혼내느냐고?” (나는 현명하지 못한 충고를 한다)
으뜸신이 말한 것처럼 지혜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애써서 얻어야 한다. 8살 아이들도 알고 있으려나? 아직은 가지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부모에게 이야기만 하면 뚝딱하고 해결된다. 그러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우정도, 호기심도, 사랑도, 용기도, 지혜도 마찬가지다. 현명이는 책놀이 시간이 되면 앞으로 나와서 “선생님, 잠 와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기 싫다’는 말이다. ‘아닌가?’ 처음에는 “자면 안 돼! 조금만 참고 같이하자!”라고 말했다. 이젠 “그래, 그럼, 조금만 잘래?”라고 말한다.
2차시에는 조모에게 나만의 패턴을 그려 옷을 입히는 활동을 했다. 아프리카 문양과 우리나라 전통 문양을 보여주고 마음에 드는 것을 그려도 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도 된다고 했다. 거침없이 쓱쓱 그려내는 친구도 있고, “선생님, 조모 보여 주세요” 하고는 책에 나오는 모습을 그대로 따라서 그리는 친구도 있다. 모두가 다르다. 조금 느린 친구, 매우 느린 친구, 안 하는 친구, 떠들기 바쁜 친구, 옆에 친구 따라 그리려는 친구, 안 보여주려는 친구.
우리 모두가 조모이다. 각자 스스로 지혜를 내 안에서 만들어 내고 있다. 나의 지혜가 작고, 너의 지혜가 크더라도 둘의 지혜가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면 된다. ‘사랑’이라는 기름칠을 하면서.
** 더하는 이야기 **
작가 제럴드 맥더멋Gerald McDermott(1941~2012)를 위키백과에서 찾으면 미국 영화 제작자, 어린이 그림책 제작자, 신화 전문가라고 나온다. 그는 네 살 때부터 미술 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신화를 소재로 한 만화 영화를 제작하기도 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웅 학파의 심리학자 죠셉 캠벨을 만나고 나서 설화가 갖는 상징성과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이 예술가로서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프리카, 이집트, 아마존, 하와이, 인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권의 신화를 소개한 그는 그리스 신화까지도 그림책에 담았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책들이다.
- 아스텍 족의 신화 중 일부를 담아낸 그림책 『태양의 악사들』
- 태평양 북서부 연안에 사는 원주민들의 신화와 민담에서 빠지지 않는 '갈까마귀'를 소재로 한 그림책 『갈까마귀: 북서태평양 옛이야기』
- 하와이 신화 속 트릭스터 영웅인 카마푸아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 『사고뭉치 돼지소년』
- 미국남부에 사는 주니 족에게 전해지는 코요테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 『흉내쟁이 코요테』.
- 아마존 열대 우림에 사는 부족들 이야기에 자주 나오는 피리 부는 거북이 '자부치'에 대한 그림책 『피리 부는 거북이 자부치』
- 이집트 최고의 신인 오시리스 이야기를 재해석한 『다시 살아난 오시리스』
-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통해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믿었던 계절의 근원과 봄의 환희를 그린 『석류 세 알의 비밀』
- 성경의 천지창조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비추어 보고, 태초의 신비로움에 빠져 들도록 하자는 열망으로 만들어진 『하늘과 땅을 만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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