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바람 May 18. 2022

믿고 기다려주기

家长有足够的耐心, 孩子成长得更好。

부모가 충분히 기다려준다면 아이는 더 잘 자란다.


요즘 아들은 등교가 즐겁다.

코로나 후 전면 등교가 실시되며 엄마와 둘이 보내던 시간을 친구들과 보내니 오죽 좋으랴.

하지만 그것 말고도 아이의 발걸음이 유독 가벼워진 데에는 다른 이유가 더 있다. 바로 교내 배드민턴 대회. 반별로 복식, 단식팀이 출전해 대항전을 벌인다. 그리고 최종 우승 반이 학교를 대표해 다른 학교와 경기를 치르게 된다. 아들은 복식 대표로 뽑혀 아침마다 30분 일찍 등교해 강당에서 목하 연습 중이다. 늘 상기된 모습으로 등교하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자니 불현듯 예전 일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1학년. 여느 남자아이들처럼 아들도 반 친구들과 축구 모임을 조직해 배운 적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엄마들끼리 돌아가며 음료수를 준비해 찾아갔었는데 맨 처음 찾아간 그날, 난 적잖이 실망했다. 고작 1학년 꼬맹이들이었지만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며 공을 따라 민첩하고 잽싸게 움직이는 아이들과 달리 아들은 아이들 주위를 빙빙 돌뿐, 공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네 골대 앞을 서성이며 누가 골키퍼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공격엔 전혀 가담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동네 아이들과 놀 때는 적극적이고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라 축구장에서도 당연히 종횡무진 휩쓸고 다닐 줄 알았다. 그런데 한껏 쫄아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이 터졌다. 간혹 자기에게 공이 와도 얼른 잘하는 친구에게 패스해 버리곤 했다. 공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며 쫓아가는 친구들이 얼마나 부럽던지, 우리 아들은 왜 저러지 못할까 아쉬웠다.


그런 아쉬움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성장판 자극에 도움이 될까 싶어 방과 후 수업으로 배드민턴을 신청하기 전까지 쭉 이어졌다. 나는 몰랐다. 평화를 사랑하는 아들은 몸싸움이 싫었을 뿐, 그래서 큰 공으로 하는 운동 - 예를 들어 축구, 농구 등의 운동에서 소극적이었을 뿐, 몸싸움이 없는, 너와 나의 구역이 정해진 운동에서는 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탁구에서도 아이는 두각을 나타냈다. 잽싸고 민첩했다. 모든 기술을 수월하게 익히며 쑥쑥 성장해갔다. 사설 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었고, 학교 대표로 뛰기도 했었다.

엄마의 걱정과 달리 아이는 그렇게 또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갔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아 입었다.


 육아에서 가장 필요한 건 덕목은 단언컨대 '서두르지 않기'라고 본다. 책에 쓰인 대로 수면 교육이 되지 않을 수 있고, 다른 아이와 같은 성장 패턴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더딜 수도 있고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는 기특하게도 자신에게 맞는 길을 스스로 찾아내고 또 그 속도에 맞춰 성장한다. 부모는 그걸 지켜봐 주면 된다.


한동안 고등학교 선택 때문에 골치가 아팠는데 그 골치 역시 성급한 내가 뭔가를 결정하려고 해서였다. 선택은 아이에게 맡기는 거다. 아이의 인생이니까. 아이가 헤치고 나가야 할 자신의 인생이니까. 난 그저 조언만 해줄 뿐,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난 이 만고의 진리를 자꾸 까먹는다. 배드민턴과 탁구처럼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았듯이 아이는 이번에도 자신에게 적합한 학교를 잘 찾아낼 거다. 난 그저 맛있는 밥만 주면 된다. 그거면 된다.

주말아침 친구들과 함께 간 기흥배드민턴장


작가의 이전글 약한 척하기 “示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