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방학이었지만 넌 어떻게 보냈니? 바쁜 학원 스케줄 때문에 바닷가 한 번 못 가보고 끝나버렸네.
지난봄, 서울 여행이 너무 좋았던 터라 이번 여름휴가도 서울로 갔지만 예상보다 너무 더웠고, 휴가철이라 상점들이 다 닫아서 봄 여행만큼 활기차고 재미있지는 않았었지. 네가 신나게 놀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안타까웠어. 차라리 바다로 갈 걸, 그럼 좀 숨통이 트였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았어.
휴가가 끝나고 다시 매일 학원으로 향하는 네 뒷모습을 볼 때마다 그 아쉬움은 더 커졌지.
오늘 싸이월드 앱을 켜서 사진을 보다가 엄마를 대신해 씩씩하게 장바구니를 끌고 가는 네 뒷모습이 찍힌 사진을 찾았어. 어찌나 예쁘던지. 어릴 때는 고사리손으로 엄마를 도와주는 뒷모습을 보며 고맙고 행복해했는데, 이제는 매일 학원으로 향하는 뒷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구나. 한참 동안 네 어릴 적 사진을 들여다봤어. 도토리처럼 똘망똘망한 예쁜 아이였는데...
그때 엄마는 뭐가 그리 힘들다고 징징댔을까. 그렇게 보낸 시간이 너무 한스럽더라. 더 많이 예뻐해 주고, 더 많이 웃어 줄걸.세상에 이렇게 예쁜 아이도 없는데 말이야. 엄마 참 어리석었다 그지?
그래서 다들 그런 말을 하며 후회를 하나 봐.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如果那时知道我此时所知道的。
맞아. 힘든 시간은 금방 지나고 그 시간마저 그리운 추억이 될 거야.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내일이면 그리운 시간이 되겠지?
너 또한 사춘기라 엄마가 네 방에만 들어가면, 자동으로 '나가'라는 말을 던지긴 하지만 그 정도야 뭐.
방학 내내 대부분의 쉬는 시간을 핸드폰을 들고 침대에서 보내 엄마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할 때도 있지만, 그 정도야 뭐.
다리에 털이 수북하고, 제법 어른티가 나는 청소년이 됐지만, 오늘이 너에겐 가장 귀엽고 어린 시간일 테니까. 내일이면 또 오늘이 그리울 테니까. 그래서 엄마는 하나도 안 서운해.
엄마는 오히려 고맙기만 한걸. 엄마가 원하는 속도 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가끔은 엄마에게 모진 말을 던져도, 그래도 아직 웃으면서 엄마랑 농담도 하고 탁구도 치고 고스톱도 쳐줘서 고마울 뿐이야.
고입을 앞두고 조금씩 네 미래에 대한 고민도 들고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아 기특하면서도 짠한 마음이 드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넌 현명한 아이니 결국 네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