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강사로 1박 2일 행사참여
"채도보다는 명도"
한 달쯤 전이었다. 춘천 어반스케쳐스 챕터장이신 이병도 작가님으로부터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매년 봄 열리는 “봄밤드로잉페스타”에 초청 강사로 참여해 줄 수 있겠느냐는 말씀이었다.
반가움과 동시에 조금은 부담스러움이 밀려왔다.
‘내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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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준비를 하면서 자연스레 지난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림을 그리고, 강의를 하고, 사람들과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며 느꼈던 감정들. 그러다 문득 마음속에 하나의 키워드가 떠올랐다. 바로 “채도보다는 명도”.
눈에 띄는 색보다, 빛과 어둠의 깊이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렇게 이번 강의의 주제는 정해졌다.
언제나 그렇지만,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은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고, 생각을 정리하게 만든다.
그건 나에게 늘 또 하나의 공부다.
행사 당일, 춘천 실레마을의 “2월의 화실”에 도착했을 땐 이른 아침부터 내린 비가 행사를 망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반갑게 맞아주신 운영진 분들과의 인사로 금세 사라졌다.
특히 함께 동행한 남양주 회원 선생님들이 있어서 든든하고 따뜻했다.
혼자였다면 느끼지 못했을 안정감이랄까.
오후 3시부터 김유정문학촌 세미나실에서 약 두 시간 반 동안 강의를 진행했다.
나름 공들여 준비한 자료들과 선생님들의 진지한 눈빛이 어우러져, 예상보다 더 집중도 높은 시간이 흘렀다. 나는 늘 하던 방식대로
'먹물 드로잉'을 소개했다. 나무젓가락을 깎고, 소분해 온 먹물을 나누며, 단순한 나무 한 그루에서 시작해 본그림 시연까지. 시간이 조금 부족해 참여자분들께서 작품을 끝내진 못했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도 감동과
교감이 오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그래도 잘 전달된 듯~^^
강의가 끝난 뒤에는 이린 선생님, 송기성 선생님, 그리고 이병도 작가님과 함께 춘천의 대표 음식,
닭갈비를 나누며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낯설지 않은 온기 속에서,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렸다.
이후 남양주 식구들과 숙소로 돌아와 바비큐와 술, 그리고 화담샘의 기타 연주가 있는 밤을 보냈다.
이런 밤이야말로, 우리가 예술을 통해 진짜로 나누고 싶은 순간이 아닐까?
춘천에서 마련해 주신 작가들 숙소로 이동해 초정작가로 참여한 이린선생님, 송기성선생님과 호텔 주변의 꼬치전문점 "투다리"에서 송 선생님의 "꿀주"를 나눠마시며 서로에 대한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도 함께했다.
다음 날 아침, “작가와의 조식 만남” 시간을 통해 또 한 번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곧바로 빅스케치를 위해 실레마을 주변을 돌아다녔다.
나는 므즐 형님, 실베 형님, 화담샘, 카르펨샘과 함께 폐허가 된 방앗간 앞에 자리를 잡고
파란 지붕을 오렌지로 바꿔 표현하고, 최대한 담백하게 장면을 담아보려 애썼다.
때로는 덜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금 느껴본다.
이번 춘천 행사의 막바지, 모둠샷을 위해 "김유정생가"에 모인 모든 선생님들과 모둠샷을 찍은 후 행사주체자이신 "이병도작가님"의 말씀을 끝으로 1박 2일의 드로잉여행을 마치고 다음을 또 기약해 본다.
비로 인해 진행에 어려움이 있으셨겠지만 준비하고 끝마무리까지 수고하신 "어반스케쳐스춘천" 운영진들께 감사드리고 초청작가로 참여하여 큰 추억 만들어주신 "이병도작가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해본다.
그리고
함께 해주시고 즐겨주신 남양주회원 선생님들이 계셔서 더욱더 즐겁고 행복한 여정이었기에 감사드리며
또 다른 드로잉여행으로 함께하길 기대해 본다.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다시 또 나를 돌아보는 이틀이란 시간!
'채도보다는 명도'라는 말이, 그림을 넘어 내 삶에도 닿아 있다는 걸 새삼 느낀 시간이었다.
화려함보다는 깊이, 강렬함보다는 여운. 그런 그림을,
그런 삶을 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