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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기억하고 싶은 것들의 기록

by 어반k



우리 가족 곁을 너무도 갑작스럽게 떠나버린 반려견

‘토미'



미국에서 태어나 유학을 마친 아들과 함께 들어온

'조이'…

그들은 한동안 집 안 가득 생기를 퍼뜨렸지만, 어느 순간 조용히 아무 말 없이 우리 곁을 떠났다.



기억 속의 정릉 재개발 지역,

낡고 좁았지만 따뜻했던 골목과 담벼락 너머 들려오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듯하다.

곧 사라질 운명을 앞두고도 담담히 빛나던 그곳의 아침 햇살…



친구와 한잔하러 종종 다니던 을지로 5가의 오래된

간판들과 홍제동 개미마을의 언덕길을 오르내리던 발자국 소리,

소박하고 조용한 일상이 담겼던 풍경들, 그곳은 이제 곧 지도 위에서 지워질 예정이다…



이미 철거된 세운상가 뒤편 골목,

기계음과 땀냄새, 작은 작업장 안에서 흘러나오던 라디오 소리,

그 모든 것이 더는 존재하지 않지만, 내 안의 기억은 선명하다…



을지로 3가, 동대문 뒷골목…

불빛이 아른거리던 낡은 간판 아래,

서로의 하루를 토닥이던 사람들의 모습.

이제는 사라지고 있는, 그러나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는 풍경들.

나는 이런 기억들을 잊지 않기 위해,

아니 잊히지 않도록

‘기록’이라는 이름으로 붙잡아 두려 한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은

결국 또 다른 새로운 기억의 씨앗이 되어 내게, 우리에게 다시 다가온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또 하나의 풍경이 지워지고, 한 사람의 추억이 무너지고 있을 것이다.

.

이제 곧 사라질 것들,

그러나 기억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으로 남을 수 있을까?

글을 쓰는 지금,

문득 마음이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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