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나를 만나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들 한다.
허리가 아파 이것저것 치료를 전전하다가, 마침내 침이라도 맞아볼까 싶어 경희대 한방병원을 찾았다.
사실 나는 예전부터 침이나 한방치료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방문은 스스로 선택했다기보다, 마치 어딘가에 이끌려 온 듯한 발걸음이었다.
병원으로 향하는 길, 오래된 골목 하나를 지나치던 순간이었다.
낯익은 풍경이 불현듯 눈앞에 펼쳐지더니, 잊고 지냈던 스무 살의 기억이 나를 단단히 붙잡았다.
그 시절의 나는 대학 전공에 만족하지 못했고, 인천에서 자라 서울 친구들과 어울리며 느낀 거리감도 컸다.
서울 아이들은 유난히 차갑고 이기적인 것처럼만 보였다.
마음 붙일 곳 없던 나는 늘 방황했고, 재수를 해야 하나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흘려보냈다.
수업은 등한시했고, 학사경고의 그림자 속에서 술잔과 당구대로 시간을 메웠던 고민 많았던 나날들...
그 모든 흔적이 바로 그 골목마다 남아 있었다.
40년의 세월이 흘러 거리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새 건물들이 들어섰고, 낡은 간판들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젊은 학생들의 발걸음이 여전히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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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 안에 남아 있는 20대의 기억은 변하지 않은 채 그 골목 어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오랜 벗처럼 불쑥 나타나, 지금의 나를 스무 살의 나와 마주 앉게 했다.
허리 치료차 찾은 병원이었지만, 정작 그날은 몸보다 마음이 더 큰 치료를 받은 듯하다.
골목길이 건네준 추억 덕분에, 방황하던 그 시절의 나조차도 이제는 따뜻하게 껴안을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