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어반스케치
거의 일주일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지난주 경주에서 무리한 탓에 허리가 아직도 영 시원찮지만, 그래도 이 좋은 연휴를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어반스케쳐스들의 단골 명소인 '백빈건널목 땡땡이마을로 향했다.
집에서 전철을 두 번 갈아타고 도착한 백빈건널목은 도착하자마자 아~ 빨리 그려봐야지!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만큼, 오래된 시간의 결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곳이다.
땡땡땡하며 지나는 기차와 카메라를 손에 들고 찾아온 젊은 연인들 틈에서 자리를 잡았다.
기찻길과 건널목의 구조물들, 낡은 주변건물들과 식당들이 정겹고 어우러져 따뜻하다.
저널북을 꺼내 들고, 오늘은 브라운펜으로 쓱쓱 선을 그어본다.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멀리 들리는 기차의 쇳소리가 배경음이 되어 준다.
스케치가 마무리될 즈음, 슬슬 배가 고파 길가의 작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주인아주머니께서 웃으며 말씀하신다.
“이 낡고 별 볼 일 없는 기찻길이 뭐가 그리 좋아서 다들 그림 그리러 오는지 모르겠어요~”
그 말에 나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요즘은 이 정취 덕분에 다들 찾으시잖아요. 관광특수 누리시겠어요.”
그분에게는 너무 익숙한 풍경이지만,
내게는 그림으로 남기고 싶은 한 장의 시간이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채색을 시작한다.
요즘은 밝고 정갈한 색으로 표현하고 싶다.
한때는 삐뚤삐뚤, 자유롭게 그리고 싶어 애썼는데 이제는 ‘예쁘게, 명랑하게’ 그리고 싶어졌다.
그런데 그게 또 쉽지 않다.
한 장을 완성하자, 구경하던 사람들의 작은 박수가 들려왔다.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 동네가 용리단길인가?
낡은 가옥들이 맛집과 카페로 새롭게 태어나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어반스케치를 하다 보면 다시 오고 싶은 장소를 종종 만나게 된다.
이곳도 그런 곳이다.
잘 왔다.
그리고, 참 잘 보냈다.
그림 한 장으로 기억될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