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을 기억하며 어반스케치…

서울어반 정모에서 가을과 전태일을 그리다!

by 어반k


가을 끝자락!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서울어반 정모를 찾았다.

가을바람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사실 요즘 마음이 이래저래 조금 복잡했다.

여러 가지 일들은 진전이 없고, 해결되지 않은 채 쌓여만 가다 보니

몸도 마음도 늘 무거운 상태였다.


그런데 정모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반가운 얼굴들, 따뜻한 인사, 그리고 스케치 특유의 잔잔한 몰입감 덕분에

잠시나마 그 무게가 스르륵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이번 서울어반 정모는 의미가 깊었다.

전태일기념관과 서울어반스케쳐스의 콜라보 프로젝트

‘청계천을 따라 전태일을 그리다’에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청계천을 따라 걷다 보면 서울의 오래된 숨결과 함께 전태일이 남긴 이야기가 곳곳에서 떠오른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1970년 11월 13일 그가 남긴 이 한 문장! 당시 청계천의 뜨거운 노동현장에서

누군가의 삶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외침이었을 것이다.




전태일기념관 앞에서 스케치를 시작하며

나는 그의 이야기를 그림 속에 어떻게 담을 수 있을지 잠시 고민했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온 삶을 던졌던 청년.

그가 보았을 풍경, 그가 걷던 길,

그가 지키고 싶어 했던 사람들의 얼굴들이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따뜻한 햇살과 차가운 바람이 교차한 하루!

그 안에서 전태일의 이야기를 다시 기억하고,

그의 길 위에서 작은 선 하나라도 의미 있게 남기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스케치를 이어갔다.




이번 정모는 참여한 모든 작품이

전태일기념관에 일정 기간 전시하기로 하면서 더욱 의미 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기념관 관계자분들의 진심 어린 호평 속에 하루의 일정도 기분 좋게 마무리됐고,

.


그리고 특별한 순간도 있었다.

6년 동안 서울어반을 위해 헌신하며

지금의 최대 규모로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온 운영자 찰리샘의 아름다운 은퇴식이 열린 것이다.

그의 긴 여정과 뜨거운 열정에 스케쳐 모두가 마음 깊은 박수를 보냈다.



저녁까지 함께 드로잉을 하기로 했던 화우들과의 약속은 아쉽지만 지키지 못했다.

집에 돌아오자, 하루의 장면들이 마음속에서 계속 이어져 결국 두 번째 그림을 펼쳐 그리게 되었다.

스케치는 마치, 흘러가는 감정의 한 조각을 붙잡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나가는 가을처럼

하루도 그렇게 스쳐가는 듯하면서도 분명히 마음 한구석에 따뜻하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