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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택배 기사님

시간을 내어주면, 마음이 채워집니다.

by 드림북


지난 금요일 아침, 학부모 상담이 예약되어 있던 날이었어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윗층 불이 한 층 건너 켜져 있더군요.

순간, ‘아, 택배 기사님이 배달 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엘리베이터에 타자 예상이 맞았습니다. 그런데 10층에서만 멈추는 게 아니었어요. 8층, 7층, 5층, 3층… 거의 모든 층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죠.

그 순간 마음속에 작은 불안이 스쳤습니다.
‘상담 시간에 늦으면 어쩌지?’
머릿속 시계 바늘이 빨라지는 것 같았어요.

그때, 기사님이 저를 보며 정중히 말씀하셨습니다.
“죄송하지만, 금방 갔다 올 테니 층층에 서도 괜찮을까요?”

시간과 마음 사이에서
처음엔 제 일정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빨리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순간 머뭇했죠.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기사님도 한 가정의 가장이자, 묵묵히 일을 이어가는 사회의 일원이라는 것.
이 무거운 상자들을 들고, 한 층 한 층 오르내리며 하루를 보내고 있을 그의 모습을 상상하니, 제 마음이 조금 부끄러워졌습니다.

그제야 대답이 나왔습니다.
“네, 괜찮아요. 천천히 다녀오세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저는 그 짧은 순간을 마음의 여유로 채워넣었습니다.
그리고 1층에 도착해 헤어지면서 “안전운전하세요!”라고 웃으며 인사했죠.

친절이 남기는 온기
그날 저는 상담 시간에 빠듯하게 맞춰 도착했지만, 마음 한편은 따뜻한 여운으로 채워졌습니다.
비록 몇 분의 여유를 내어준 것뿐이었지만, ‘누군가를 배려했다’는 생각이 제 하루를 더 빛나게 만들었거든요.

법정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친절이다.”

친절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살피는 눈, 기다려주는 시간, 그리고 건네는 한마디 인사 속에 담겨 있죠.

우리는 모두 바쁘게 살아가지만, 그 와중에도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온기를 더할 수 있습니다.
그 친절은 그 사람의 발걸음을 가볍게 할 뿐 아니라, 내 마음에도 빛을 켜줍니다.

오늘도 누군가의 하루에 따뜻한 불을 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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