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머무는’ 시간에서 자랍니다.
퇴근길, 버스 정류장에서 한 부부를 봤습니다.
남편은 한 손에 우산을 들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아내의 어깨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렸는데, 그 우산은 두 사람을 다 가리기엔 조금 작아 보였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둘은 어깨를 더 꼭 붙이고, 보폭을 맞춰 천천히 걸었습니다.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그들에게 필요한 건 더 큰 우산이 아니라 서로의 온기라는 걸요.
우리는 사랑을 표현할 때 종종 ‘무엇을 해 주는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꽃을 주고, 선물을 주고, 도움을 주는 마음.
물론 그것도 소중한 표현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더 깊은 사랑은 ‘무언가를 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곁에 있어 주는 데서 시작됩니다.
사랑
같이 있어 주는 것.
같이 걸어 주는 것.
같이 울어 주는 것.
같이 웃어 주는 것.
같이 비를 맞아 주는 것.
여기서 ‘주다’를 빼면 어떻게 될까요?
같이 있는 것.
같이 걷는 것.
같이 우는 것.
같이 웃는 것.
같이 비를 맞는 것.
_[영감달력]
주고받는 행위보다 더 본질적인 건
‘함께하는 순간’ 그 자체입니다.
그 순간에는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그저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시간을 건너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충분히 채워집니다.
누군가와 오래 함께 걷다 보면
말이 줄어도 어색하지 않은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때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아, 우리는 진짜로 연결되어 있구나.”
사랑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깊어지고,
그 시간이 쌓여 서로의 삶을 더 단단하게 묶어줍니다.
혹시 떠오르는 얼굴이 있나요?
그 사람과의 하루하루가 특별한 이유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해 주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곁에 있어 주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비가 오면 같은 우산을 쓰고,
햇살이 좋으면 같은 길을 걸으며,
아무 이유 없이 조금 더 오래 머물러 주세요.
그 시간이 바로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