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한마디가 하루를 바꿉니다.
얼마 전, 수제 햄버거 가게에서 작지만 묘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한 남성이 주문대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끊임없이 말을 이어갔죠.
“굽는 정도에 따라 햄버거 패티 맛이 천차만별이잖아요.
너무 바싹 굽지 말아주세요. 육즙이 사라지니까요.
그렇다고 덜 익히면 곤란해요. 씹을 때 물컹거리는 식감은 정말 싫거든요.”
말은 계속 이어졌고, 그 길고 복잡한 설명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말 속엔 '정보'는 있었지만, '배려'는 없었습니다.
뒷줄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듯, 그는 자신의 조건만을 강조했습니다.
그 태도에 주변 사람들의 얼굴에는 점차 피로한 기색이 번졌고, 아르바이트생의 표정은 서서히 굳어갔습니다.
_책 [말의품격]
이 야기를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저렇게 말을 많이 하는데도 진심은 느껴지지 않을까?
왜 저 사람의 말은 이렇게 피곤하게 들릴까?
말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말은 그 사람의 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창이자,
때로는 그 사람의 인격을 말없이 보여주는 거울이 되기도 하죠.
같은 내용을 말해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상대가 느끼는 감정은 전혀 달라집니다.
간결한 한마디가 진심을 더 깊이 전달할 때가 있고,
장황한 설명이 오히려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들기도 합니다.
말의 분량보다 중요한 건 바로 말의 ‘온도’입니다.
배려 없는 말은 결국 사람 사이의 거리를 멀게 만듭니다.
타인의 시간을 무심히 빼앗고, 관계를 피곤하게 만들죠.
반면에 따뜻한 한마디, 조심스럽고 배려 깊은 표현은
낯선 사람과도 마음을 연결해주는 다리가 됩니다.
차라리 그 남성이 햄버거를
“미디엄으로 부탁해요”
라고 짧게 말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에,
피로 대신 미소가 번졌을지도 모릅니다.
그 한마디만으로도 그의 품격은 전혀 다르게 느껴졌을 겁니다.
누구나 바쁜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주고받는 말 한마디가 따뜻하다면,
세상은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관계는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말의 품격은 어휘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사람 안에 있는 ‘배려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기분을 풀어주기도, 상처를 주기도, 사람을 움직이게도 하죠.
그러니 말할 때마다 마음속에 한 번쯤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지금 내가 건네는 이 말, 따뜻한가?
짧지만 배려 깊은 말 한마디는
나 자신도, 상대방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오늘, 당신은 어떤 말을 건네고 있나요?
그 말의 온도는, 몇 도쯤 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