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매일 새롭게 닿는 마음입니다
지난주는 중고등부 기말시험 기간이라 주말도 반납하고 수업을 했어요.
수백 개의 기출문제와 예상 문제를 정리하며,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군분투했죠.
몸도 마음도 지쳐 터덜터덜 퇴근하던 토요일 저녁, 현관문을 여는 순간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어요.
주방에는 부추전이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었고, 그 옆엔 시원한 막걸리 한 병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죠.
남편이 직접 장을 보고 해산물과 부추를 손질해, 제가 좋아하는 부추전을 정성껏 부쳐놓았더라고요.
땀이 비 오듯 쏟아지던 날씨 속에서도 정성껏 상을 차린 남편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어요.
"당신이 요즘 유난히 힘들어 보여서..."
그 짧은 한마디에, 울컥.
말로 다 하지 않아도 마음은 다 알 수 있다는 걸, 오랜만에 다시 느꼈습니다.
사실 우리 부부도 한때는 많이 싸웠어요.
2년간 연애하면서 큰 다툼도 없었는데, 결혼하자마자 싸움이 일상이 되었죠.
30년 넘게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한집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인내를 필요로 하더라고요.
매번 의견이 부딪힐 때마다, 처음엔 상대를 바꾸려고 애썼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어요.
진짜 부부란 서로를 바꾸려 하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부족함을 껴안는 사이란 걸요.
그 깨달음을 닮은 한 문장을 공유하고 싶어요.
“좋은 결혼이란 완벽한 사람 둘이 만나는 게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두 사람이 함께하는 것이다.”
– 데이브 윌리스
이 말처럼, 우리는 여전히 완벽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인정하고, 조율하며 이 자리까지 함께 걸어왔네요.
결혼 생활은 큰 이벤트보다 작은 배려에서 사랑이 자란다고 생각해요.
말없이 밥을 차려주고, 지친 저녁 끝에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주는 것.
그런 평범한 순간이 오히려 더 깊은 위로가 되니까요.
사소한 다툼에도 금방 풀 수 있는 건,
우리 사이에 쌓여온 신뢰와 정 때문이겠죠.
같은 길을 걸어가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
그 존재만으로도 하루가 다르게 느껴지는 날이 있어요.
부부란 서로를 바꾸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내려는 마음,
그것 하나면 충분해요.
오늘,
그 사람에게 따뜻한 한마디 건네보세요.
"당신 덕분에 참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