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해제 후 임시 숙소는 방역 호텔에서도 가깝고 교통도 편한 중산역 근처로 잡았다. 그때 대만에선 2주의 격리가 끝나도 그다음 일주일간 '자가건강관리'를 해야만 했다. 학교나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 등은 출입을 자제해야 하고 식당, 카페 내 취식도 불가했다. 어떤 호텔은 입국 후 3주가 지나지 않은 투숙객들은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숙소를 예약하기 전에 자가건강관리기간에도 머물 수 있는지 문의를 하고 예약을 했다.
자가건강관리기간 동안 다른 투숙객과 마주칠까 호스텔 식당 구석에서 먹었던 포장음식
그래도 2주 만에 밖을 돌아다니니 마냥 좋았다
임시로 머물 곳을 구했지만 하루라도 빨리 '내 방'을 찾아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었다. 대학도 집에서 통학을 했기 때문에 한 번도 내 손으로 방을 구해본 적이 없었는데 인생 첫 방 구하기를 외국에서 하다니 너무너무 걱정이 컸다.
방 구하기는 대만에서 제일 유명한 방 구하기 앱인 591을 이용했다. 페이스북에서도 많이들 구하는데 검색하기가 불편해 조금 구경하다가 말았다.
포털에서 '대만에서 방 구하기'를 검색해 보면
1. 밑에 식당이 있는 곳은 피해라
2. 야시장 근처는 피해라
3. 1층은 피해라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여기에
+화장실
(개인 욕실 유무, 공용일 경우 화장실이 총 몇 칸인지)
+창문의 유무
+학교까지의 교통
+1층이 아닌 저층, 고층일 경우 엘베의 유무
(더운 나라에서 계단 오르기 힘드니까)
+가격
등의 개인적인 조건을 더하니 조건을 충족하는 방은 몇 개 없었다.
그래서 타오팡(套房-화장실이 딸린 방), 야팡(雅芳-화장실이 없는 방), 셰어하우스 등 방의 형식에는 제한을 두지 않고 검색을 했다. 격리 기간 동안 틈틈이 591에 들어가서 거주하려는 후보지의 전체적인 시세를 파악하고 조건에 맞는 방을 찜해두고 격리 막바지엔 연락을 넣어서 격리 끝나자마자 방을 볼 수 있게 약속을 잡았다.
아아 연락이 없는 그들
591에서 보고 연락을 드렸다 방을 보고 싶다, 나는 외국인이다~라고 하니 대체로 반응은
1. 답이 없다
2. 보증을 설 수 있는 대만인을 요구한다
보증인이 없는 외국인인 나는 선택지가 확 줄었고
욕실이 너무 적어서 탈락
어렵게 연락이 닿아 보증인이 필요 없다고 하더라도 어플엔 적어놓지 않은 정보로 제외되는 방도 꽤 있었다.
대만 보증인을 요구하는 곳에 질려 네이버 카페 '포모사'에도 들어가 방을 구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열심히 591, 페북 등등을 이용해 검색하고 연락을 돌린 20여 개 중 최종적으로 봤던 방은 총 5군데였다. 사범대 어학당을 다닐 예정이라 사범대로 통학하기 편한 위치로 알아봤고 예산은 최대 15000(한화 약 60만 원)까지로 잡았다. 원래 10000 이내로 구하고 싶었는데 사람답게 살려면 그 예산으로는 좀 힘들겠다 싶었다.
방을 구하면서 예상외로 난감했던 것은 수도세, 전기세 등의 공과금 예산을 얼마나 잡아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혼자 살아본 적도 없는데 더더군다나 대만에서 수도세, 전기세가 얼마나 나올지는 당연히 감도 안 왔다. 집주인한테 대충 얼마나 나오냐고 물어봐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하고...
아무튼 내가 봤던 방의 조건은 대충 아래와 같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
① 타이베이역 근처, 엘베 있는 4층, 개인 화장실有
(14000, 공과금 포함)
②구팅역 근처, 1층, 개인 화장실 有
(12500, 공과금 미포함)
③ 구팅역 근처, 엘베 없는 4층, 공용 욕실
(11000, 공과금 미포함)
④ 국부기념관 근처, 엘베 없는 2층, 공용 욕실
(11000~13000, 공과금 미포함)
⑤ 완롱역 근처, 엘베 없는 3층, 공용 욕실
(12500, 공과금 포함)
①,② 조리시설 無
③,④,⑤ 공용 주방
외식문화가 발달한 대만이라 주방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를 하는데...)
②방은 전반적으로 깨끗했지만
1층에 해도 잘 안 들고 주변에 식당이 많아서 쥐와 바퀴벌레가 백 퍼센트 많을 거 같아 탈락
③, 방은 계단이 생각보다 많고 높고 가팔라서 탈락
④방은 학교에서 조금 멀긴 해도 해도 잘 들고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 깨끗했지만 아래층에 식당이 있어서 탈락
⑤방은 싸고 해가 잘 들지만 바로 아래층에 누가 봐도 불건전해 보이는 안마방이 있어서 탈락......
①은 원래 호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던 회사에서 내놓은 방인데(코로나라 손님이 없는지)
학교 앞까지 바로 가는 버스 2대 개인 화장실(매우 넓고 깨끗) 모든 공과금 포함 (에어컨 맘껏!) 쓰레기 대신 처리장 있음 (쓰레기차 시간 쫓아갈 필요 없음!) 낮에는 관리인도 상주했다.
원래 비즈니스호텔이었기 때문에 방이 약간 좁고, 주방시설은 전혀 없고, 공용 세탁기도 2대뿐에 내가 본 다른 방보다 월세가 약간 비쌌지만 수도세, 전기세, 관리비 등 추가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없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나가는 비용은 비슷할 거라 판단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점은 이 방의 위치였다. 5분 거리에 공원이 있고, 주변에 먹을 것도 많고, 무엇보다 타이베이역 근처라 교통이 너어어어무 좋아 여행 다니기가 무척 편리할 것 같았다.
그렇게 처음 본 방으로 계약을 했다
표준 계약서
외국에서 혼자 방도 계약하고 나니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아 나 자신이 너무 대견하고 뿌듯했다. 가족들 없이 오롯이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 행복하고 앞으로 1년 동안 내가 이 방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써나갈지 스스로도 기대가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