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
여행은 모름지기 갑자기 떠나는 게 좋았다.
무작정 일출이 보고 싶어서 내달리는 여행이 좋았던 이십 대의 시간도 있었다.
그랬던 내가 회사에서 일에 치이고 시간에 치이다 보니 여행은 여유롭지 못했고 생각조차 들지 않던 여행이었는데, 역설적으로 회사에서 힘들고 외로우니 어떻게든 여행에 내 몸뚱이를 욱여넣고 싶었나 보다.
속초.
사실 연고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지난번 출장으로 우연히 속초에 들일 일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강원도는 옛날 미시령을 넘어 구불구불 찾아오던 곳이 아니었다. 시원하게 뻗은 일자 고속도로에 몸을 싣고 두 시간여 달리면 되었다.
도착한 속초에서 하는 것을 별게 없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설레고
떠날 때는 아쉬워서 계속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래서 속초에 계속 오게 된다.
속초의 첫걸음은
밤늦게 도착한덕에 저녁식사 한 끼로 시작한다
어두컴컴한 주택가 옆에 지나쳐도 아무도 모를
간판도 위에 간신히 발견한 라멘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 무뚝뚝한 사장님은 먹을 거면 먹고 지나갈 거면 지나가라는 듯 반기지도 그렇다고 안반 가지도 않는 애매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나는 빈자리를 대충 잡아 앉고는 베스트라고 태그가 붙여진 라멘 하나를 주문했다. 늘 그렇듯 타마고는 추가했고 오직 리뷰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나는 차슈는 따로 시키지 않았다.
젊은 사장님의 손놀림에 온 가게에 연기가 가득 찼다.
그랬다. 그때 차슈를 추가할까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안전주의자인 나는 일단 시간을 두고 보기로 했다.
그게 나중에 실수가 될 거란 생각조차 못했다.
라멘이 나오고 차슈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제대로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닭육수가 진하게 목구멍을 넘어가고
달큼하고 고소한 차슈가 입에 뭉덩뭉덩 넘어가고
타마고는 짠 듯 안 짠 듯 찬 듯 안 찬 듯 입에 담기고
면발이 주는 기쁨이 입안에 가득 차고 있을 때
차슈를 추가로 주문했지만, 사장님은 안된다고 했다.
그래, 내일 다시 오면 되지.
적당히 칼칼하고 뜨거운 육수를 다 먹어버렸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내일은 설악산자생식물원에 가야겠다.
고생대부터 살아온 식물과 나무가 살아갈 이유에 대해 말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