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속초는
비가 내린다.
그래
나는 늘 비구름을 몰고 다니나 보다 생각할 즈음
어디선가 싱그러운 풀내음이 나기 시작했다.
어쩌면 고생대에 살았을 나무일 수도 있는 이름 모를 아니. 이름 따위는 지나쳐버리고 시간 탓에 서둘러야 된다는 변명이 많은 나에게 정확히 그 나무는 자신의 향기를 맡아보라고 권하고 있었다.
비가 오지만 나무의 향기가 짙어서 기분이 상쾌해지기 시작했다. 괜히 기분이 들떴다. 아침이기도 했고, 나는 맑은 공기에 마음을 차분히 하며 묵상하는 기분으로 한 걸음씩 내디뎠다. 마침 나는 마음이 부끄러운 상태였는데, 늘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이 짙어지고 고민하기도 하며,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구해보고 있던 참이었다.
세상에 고난 없는 사람이 없다지만, 그 고난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도 크고 견디기 어려운 무게로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버섯을 찾아대는 아이는 신이 나서 이곳저곳 깡충거리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나이가 지긋하지는 않지만 갱년기를 향해가는 나에게는 아침부터 기운이 솟는 일은 드문드문 있는 일이라 한숨만 짧게 내쉰 후 아이를 따라다니며 세상에 있는 모든 버섯을 카메라에 남기기 시작했다. 찰칵찰칵 버섯 중에 나의 기분을 대변해 주는 미치광이우산버섯도 있었다. 아이에게 설명할 때 왠지 모를 쾌감이 느껴지며 조금 더 신난 마음을 더해보았다.
나는 제정신이길 확신한다.
비가 조금 개었고 나도 길을 걷다 보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리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길은 생각보다 길지도 짧지도 않고 적당했다. 곳곳에 숲해설가 분들이 설명하며 나무에 대한 지식을 나눠주고 계셨다. 옆에서 흘깃 들으며 몰래 듣는 재미에 빠져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어떤 풍경 앞에서 수줍게 셀카를 찍으시는 것을 보았다.
나는 다가가 사진을 찍어드린다고 하니 흔쾌히 카메라를 내미신다. 인자한 미소를 띠시는 할아버지를 보니 그분의 인생이 어떤 길을 걸어오셨을지 그려지기도 하고 나는 나중에 어떤 모습일지 상상도 해보며 짧은 찰나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려오는 길에 딸기나무에서 딸기가 떨어진 모습을 보고 신기하기도 해서 사진으로 남겼다.
여물어가는 과일은 결국엔 떨어진다.
누구나 끝은 있고
그 끝을 어떻게 맞이할지는 내가 결정한다.
가끔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도 있지만
그 속에서 견디는 것도 헤쳐나가는 것도 나이다.
그 결정을 오롯이 내가 해내야 하는데
성공적이지 않아도 괜찮다.
살아가는데 의미를 둔다면 충분한 것 같다.
너무 좋은 결정을 하려 나를 옥죄지 않고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나를 바라봐주는 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