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여행기 4

청초호가 주는 위로

by 로이홀릭

설악의 맑은 물이 바다로 가기 전에 잠시 들르는 청초호.

낮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물결의 실루엣이 넘실대다가

오후 느지막이 시작되는 노을은 잔잔한 삶의 위로를 주듯 편안한 마음을 선물해 준다.

청초호 주변에는 많은 대형 카페와 식당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회가 유명한 식당은 한 번쯤은 들러서 시원 새콤달콤한 사골육수에 바닷가의 진득한 향이 배어있는 횟감들의 잔치에 한 번쯤 참여할만하고, 콩을 팥에 묻힌 달보드레한 반찬과 이북식 인절미가 인상적인 곳이다. 전복 내장으로 고소하게 덖어낸 전복죽도 이 식당에 왔다면 한 번쯤 먹어볼 별미이기도 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 청초호를 따라 쉬어갈 벤치도 있고, 아이들이 놀만한 놀이터도 있다.

청초호를 한눈에 조망하고 싶다면 엑스포기념 타워에 가면 된다.

15층의 높이에서 바라보면 저 멀리 청호대교도 보이고 시야가 확 트여 잠시라도 눈이 쉴 수가 있다.

이미 높은 건물들에 익숙한 우리여서 다소 시시할 수도 있지만 전망대에 은은하게 퍼져 있는 커피 향과 다소곳한 조용한 분위기가 생각하기에는 좋은 장소 같다.

그렇게 청초호 한 바퀴 돌아봤다면, 그리고 마침 저녁이라면 큰 카페에 들어가 통창으로 속초 야경을 구경하면서 속초의 하루동안의 여행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해운대에 자주 갔던 나는 광안대교와 어우러지는 부산의 밤공기가 참 좋아서 통창이 있는 카페를 찾아 자주 가곤 했는데 속초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속초에 여행을 와서 5성급의 좋은 호텔에서도 묵어보고, 그다음 여행은 4성급의 호텔을 찾았고 그 후에는 오피스텔 구조의 숙소를 찾으며 가성비 좋은 숙소를 찾게 되었다. 왜냐하면 너무 자주 오게 되어서 금전적으로 감당할 여유가 되지도 않은 이유도 있고, 속초의 숙소가 비슷비슷한 뭔가의 트렌드가 있기도 해서인데 중요한 건 어디에 묵던지 거의 비슷한 만족감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속초가 좋다는 거겠지만.

지금 집에 와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어제 도착했는데도 내일의 속초 숙소는 얼마인지 검색을 하고 있는 집요한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이제 속초에 가서 할 것도 별로 없는데도 자꾸 속초에 가고 싶다.

왜 관동팔경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눈은 똑같은가 보다.



청초호를 걷다 보면 만나는 흔한 풍경.

도시를 품은 호수. 그리고 바다로 나갈 준비. 우리는 어쩌면 갇혀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엔 바다를 향해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걸 수도 있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이 나에게 감옥 같을지라도 나의 앞날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니까. 오늘도 그 힘든 과정을 잘 감당하고 있는 당신에게 정말 잘하고 있다고 꼭 이야기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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