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주의자

돼지를 더 좋아합니다.

by 로이홀릭

비로소 나의 정체성을 알아가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제일 잘하는 것.

먹는 이야기에 대해 하고 싶다.

육식주의자.

나는 육식을 좋아했다.

아마도 어렸을 때 반찬에 고기가 없으면 밥을 먹은 것 같지 않았던 그때가 시발점인 것 같다.

특히 돼지고기를 더욱 좋아한다.

그건 아마도 갈매기살을 먹고 난 이후인 것 같다.

대학생 때인지 사회 초년생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어디 골목길에 작은 남루한 알루미늄 판넬같은 지붕이 간판 위에 겨우 걸치고 있는

그 식당에 들어가서 연탄불인지 숯이었는지도 헷갈리는 불판에

갈매기살을 올려놓고서는 주인아저씨는 90% 익으면 먹으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지고

돼지인지 모르고 진짜 갈매기 고기인 줄 알고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두툼하고 오목한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을 때

뜨겁지만 고소한 육즙이 흐르고 말캉말캉 씹을 때마다 구수한 맛이 나도 모르게 젓가락질을 재촉하고

두 번째 먹을 때는 콩가루에 묻혀 먹으라는 사장님 지시에 따라 고기가 콩가루 범벅이 될 때까지 이리저리 섞어

한 입 넣었을 때, 마치 오케스트라가 절정을 치닫아 팀파니가 그 여정을 마무리해 주는 마지막 클라이맥스처럼 나도 모르게 미감을 찌푸리며 음이라는 나지막한 한숨을 쉴 때

고기는 나에게 생명이요 최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되재고기에 대한 열정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가기 시작했다.

돈을 제대로 벌기 전까지, 여의도에 이름은 창고지만 엄청난 가격의 소고기를 먹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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