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마, 나는 엄마

그렇게 사랑을 배워간다

by 로이홀릭

퇴근하고 돌아오니 엄마는 생태찌개와 밥을 해놓았다.

밥솥을 열어보니 6인분은 될듯한 양에 놀라며 엄마에게 짜증부터 낸다.

"이렇게 밥을 많이 해두면 냉동해야 돼. 다음에는 이렇게 하지 마"

이번에는 냉장고를 열어보니 팩에 들어 있던 두부는 반쯤 잘려 있고 밀봉도 되어 있지 않았다. 순간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말았다.

"엄마, 두부 이렇게 보관하면 세균이 득실거리게 된데"라고 시집살이 아닌 딸집살이를 부려본다.


내 마음은 그런 게 아닌데, 자꾸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아이를 함께 양육하며, 엄마의 양육 스타일이 가끔은 나와 빗나가서 그런지 유독 엄마에게 짜증을 많이 냈다. 아이가 예의 없게 자라는 것 같으면 왠지 할머니의 오냐오냐 하는 행동에서 비롯된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잘잘못을 가려보기도 했다.


돌이켜보니, 나의 학창 시절에도 나는 늘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몸이 최대로 불어 있는 임산부 아닌데 인생의 최고 몸무게를 찍고 있던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아침을 잘 거르는 편이었다. 엄마는 늘 아침에 김밥이라도 부랴부랴 만들어 준비해 놓곤 했는데, 나는 한 두 개 대충 집어넣고서는 집을 나서기 바빴다. 엄마는 끝까지 김밥을 들고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서까지 입에 김밥을 넣어주었고, 나는 바쁜데 아침을 강요하는듯한 엄마의 모습에 주로 짜증을 내며 등교했다.


아빠 사업이 어려워져 돈이 없던 시절, 유명 메이커 패딩이 있고 싶어서 졸라댔는데 엄마는 낡은 외투로 견뎠을 텐데 나에게 멋진 잠바를 사주었다. 형편이 좋진 않았지만 내가 요청하던 것은 늘 귀를 기울이고 어떻게든 마련해 주려고 하던 엄마.


늘 엄마는 나에게 받아주는 사람이고, 불가능한 게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엄마에게 병이 찾아왔다. 세명중에 한 명이 걸린다는 유방암.

나는 현실을 어떻게 마주하면 좋을지 아직 모르겠다.

퇴근하는 길, 차를 세워두고 한참을 울어댔다. 엄마가 아픈 게 꼭 내 탓 같고 마음이 너무 답답해졌다.

집에 들어와 엄마를 보니 얼굴이 수척해져 있는 것 같다.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외할머니에게 장난을 치고 있고, 엄마는 아픈 몸이지만 딸의 저녁식사를 정성껏 준비해 놓았다. 본인의 몸보다는 오늘도 회사에서 고생하고 힘들었을 딸을 생각하며, 그렇게 시장에서 장을 보고 음식을 장만하고 식탁을 차려놨을 터이다.


나도 어느 날 엄마가 되어 버렸다.

엄마가 되어보니 아이를 위해서 무엇이든 하게 되는 사람이 되고 있다. 나는 엄마 노릇을 해야 하는데, 딸의 역할을 좀 더 하고 싶은가 보다. 응석받이처럼 아직 어리광이 필요한 마흔 중반인가 보다.


엄마를 향한 나의 마음을 이렇게 차분하게 글로 정리하지 않으면 오늘 밤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다.

글은 나에게 무한한 위로를 준다. 이유는 모르지만 마음이 힘들 때 글을 쓰고 싶은 이유인 것 같다.


엄마와 함께 했던 제주도 여행길.

더운 여름날, 습도가 무척 높았던 그날, 밤 풍경이 아름다웠던 그날이 마치 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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