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을 씁니다
침묵이 흘렀다.
텅 빈 사무실에는 홀로 앉아있다.
오늘도 어색하게 연기할 나의 미소를 여러 번 지어본다.
그 미소 뒤에는 아픈 부모를 봉양하고, 실업자가 된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어느덧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는 삶의 무거움이 연거푸 매달려 있었다.
이렇게 무거운 내용의 글도 더 이상 각광받지 못할 시대에 태어난 그녀에게 글쓰기는 유일한 낙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시간을 내어 아니 시간이 없을 때에도 어떻게 해서든지 글을 써 내려갔다.
그녀는 동화작가였다.
사람을 살리는 것은 책이라고 굳게 믿은 그녀는 동화 속 인물을 통해서 희망을 그려내고 싶었다. 비록 그녀에게는 남은 희망도 소망도 없었지만, 그래도 글 속에서만은 자유롭고 싶었다.
비어 있는 사무실에 라디오를 켰다. 주파수가 잘 맞춰지지 않아서 잡음이 들리긴 했지만, 라디오 DJ는 오늘도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자며 신나게 노래를 틀며 희망적인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여러 사연들이 올라왔다. 오늘 임용고시 최종 합격한 사람은 그 무엇보다 깊은 축하를 받고 싶다고 사연을 남겼다. 누군가는 오늘 처음 입사해서 긴장되지만 응원을 받고 싶다고 했다. 수많은 사연 중에 그녀에게 해당하는 사연은 없었지만, 그래도 오늘을 어제처럼 살아가는 그녀였다.
그녀의 동화에는 늘 돌고래가 등장했다. 물속에서 헤엄쳐 다니는 자유로운 동물이었다. 무엇이든 가능한 돌고래는 물속에서 열심히 헤엄치며 늘 친구들과 인간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초음파로 자신의 행복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돌고래가 다니는 학교에는 서로를 배려하는데 특화된 많은 돌고래들이 나온다. 학폭도 없고 어두움이 없는, 고민이 없는 세상이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서로에게 말하기 앞서 초음파로만 신호를 전달했기에 가능했다. 늘 정해진 루틴대로 초음파로 대화를 건네며 서로 맞춰가는 아주 이상적인 곳이었다.
덜컥.
회사의 상사가 들어오는 소리에 그녀는 깜짝 놀라 쓰고 있던 글의 창을 급히 닫았다.
내용이 저장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지만, 그냥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그녀의 장점은 슬프거나 힘들어도 늘 웃으면서 인사하고 행동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습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고마움보다는 당연하다는 듯이 해야 할 업무들을 부탁하고 더욱 맡기기 시작했다. 거절이라는 것을 모르는 그녀에게 밀려드는 업무는 점점 더 많아졌고, 숨이 턱 차오를 때까지 그녀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거절하는 것은 관계의 단절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조용히 사직서를 쓰기 시작했다.
문단은 '일신상의 사유로'로 시작했다. 컴퓨터 타자가 멈추고, 그녀는 고이 프린트해서 세 번째 서랍장에 넣어두었다. 나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것이었다. 지금은 오늘 닥칠 수많은 청구서가 먼저 떠오르는 오늘이었다.
오늘도 한 장.
어제도 한 장.
점점 쌓이다 보니 주기적으로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했다.
그녀는 계속 웃고 있다.
하지만 업무가 끝나고 모든 사람들이 퇴근한 어두운 사무실에서 그녀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미소가 하나도 없는 차가운 먼지 속의 사무실처럼 굳은 통나무가 된다.
그리고 그녀는 정말 나무가 되어갔다.
사무실 가운데 놓여있는 대리석 탁자 옆에서 뿌리를 내리고 깊은 나무가 되어버린다.
그런데, 그녀는 놀라는 기색이 없다. 그냥 당연한 것처럼 잔잔한 미소를 띠며 나무가 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다음날 그녀의 자리는 말끔하게 정리되었다.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사람들은 그녀가 없어졌어도 그녀의 안부를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다.
사무실에 누가 화분을 갖다 놓았는지가 궁금했다.
동화는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