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동자의 작은 시

자꾸 슬픔이 몰려오는 계절

by 로이홀릭

나는 언제쯤 마음의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지금까지 견뎌왔던 시간들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어느덧 나는 웃음이 사라진 중년의 아주머니의 모습으로 우두커니 앉아있다.

내 책상에 널브러져 있는 서류들이 검토를 바란다는 모습으로 단정하게 앉아있는 듯하다.

나의 동료들은 언젠가부터 자기들만의 업무를 말끔하게 끝내놓고 하나도 아쉽지 않은 모습이다

나는 미운오리새끼가 되어서 이곳에서 오늘도 나의 마음을 눈물로 왈칵 삼키며 앉아있다.

하루만 버티다 보면 일주일이 지나가고 일주일을 버티다 보면 한 달이 간다.

그러다가 월급날이 되면 기쁨이 잠시 스쳐 지나간다.

한 달 동안 그렇게 욕구를 참아가며 결제했지만 그 욕망은 점점 더 커져서 결국 내가 이 회사의 월급 없이는 하루도 버티지 못할 만큼

깊은 수렁의 덫을 쳐놓는다.


나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과 쓴웃음을 맨 얼굴로 맞아가며 오늘 하루를 우두커니 지켜본다.

나는 이곳의 부품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고 몇 번을 되새긴다

남들은 괜찮은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외롭고 고독한 곳에 안치되어 있는 느낌이다.

이 모든 것이 한 사람의 영향력으로부터 나왔지만 조직이란 하나의 영향력이 나비효과를 발휘하는 곳이기에

나의 영혼 깊은 폐부까지 찌르기도 한다.


오늘도 보이지 않는 피를 흘리며 이곳에 아무렇지 않은 듯 얼굴의 모든 표정 근육을 동원하여 인형처럼 웃으려고 노력한다


나의 지나가는 오늘 한 페이지가 또 이렇게 장식이 된다.

어려움은 화수분처럼 계속해서 다가오고, 방탈출 카페에서 탈출하지 못한 채 아직 갇혀있다.

시간은 점점 더 흐르는데 나는 계속 도태되어 간다.

슬픈 눈망울은 남들이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나는 그런 열망에도 더 이상 힘을낼 수 없는 원죄가 생각나 다시 부끄러워진다.

고개를 숙인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적어도 나의 빛나는 스무 살 때와 서른 살이 곧 지나갈 때 이런 나의 모습을 상상한 적은 없다.

병원에 들어서서 많은 사람들이 아파할 때 나는 그들을 보며 마음은 아팠지만 나의 모습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터이다.

이제는 어떤 일이 닥쳐올지 알지 못하는 이 한 평짜리 작은 공간에서 전투태세를 가다듬고 힘을 내고 있다.

소리 없는 전쟁이다.

먼저 웃는 자가 승리하는 걸까 아니면 버텨내는 자가 승리하는 걸까

어차피 지나가고 흘러갈 시간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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