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부장님

뭍에 끌려나온 물고기처럼

by 석수

죄송합니다 부장님,


4월 1일

오늘 아침 8시 55분쯤이었다. 1교시가 시작하도록 우리 반의 그 학생이 나타나지 않았다. 어제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며 조퇴를 했던 터라 아파서 오지 못하는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9시가 되기 직전 나타난 그 학생은 나에게 찾아와 억울한 일이 있다며 얘기를 했다.


복도에 나가 들어보니, 본인은 학교에 들어와서는 자전거를 타지 않았고 픽시 자전거에 브레이크도 달아서 타고 있는데 한 선생님이 픽시 자전거를 탄다며 자신을 크게 혼냈다는 것이었다. 헬멧을 쓰지 않은 일도 같이 혼났다고 했다. 혼날만하니 혼났겠거니 하다가 이 학생의 입장에서는 억울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브레이크 없이 타면 혼나니까 직접 달기까지 했다며 당당하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다만 헬멧 없이 자전거를 타는 것은 학교 선생님의 입장에서 당연히 지도해야 할 내용이었다.


"네가 브레이크를 달고 왔는데도 혼난 건 억울했겠네. 다만 헬멧 없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오는 건 선생님 입장에서 당연히 말씀하실 부분이야. 헬멧만 잘 쓰면 다시 혼날 일은 없어."


나는 적당한 위로와 함께 고쳐야 할 부분을 말해주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실로 들여보냈는데, 예상하지 못한 게 있었다. 그 학생은 분노 조절이 어려운 학생인데 자기가 억울하게 혼난 것에 대한 분노가 남아 교실에서 그 분노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1교시 수학

- 각도기 사용법을 배우는데 '아, 나 이거 다 아는 건데', '학원에서 다 배운 건데'라는 말을 큰 소리로 하며 수업을 방해했다. 경고 1회를 받고는 자신이 화났다는 것을 교과서에 적극적으로 표현했지만, 수업에 방해되지 않았기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1교시 쉬는 시간

- 지나가는 친구들에게 '뭘 꼬라봐'하며 소리를 질렀다. 학년 연구실에 데려가 '네가 화난 일은 교실에 있는 사람과 아무 관계가 없다', '교실에서 다시 화내는 모습을 보인다면, 다시 연구실에 와서 얘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2교시 국어

- 온책읽기 도서로 《오즈의 마법사》를 읽기 전 마법사의 모습을 상상해 그려보라고 하니 마법사가 양손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며 'X발'이라고 말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발표하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화를 냈다. 2교시 수업 중 그 학생을 복도로 불러 지도했다.


어제까지는 양호했던 터라 방심하고 있었다. 몰아치기 시작하자 90분 만에 스트레스가 잔뜩 쌓여버렸다. 2교시 쉬는 시간, 어지러운 마음 탓에 잠시 교실을 떠나고자 화장실에 가는데 그 학생을 혼냈던 부장님(선생님)을 만났다. 부장님과 아침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크게 혼내셨다기에 조심스레 말씀드렸다.


"부장님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걔가 아침에 혼난 일 때문에 교실에서 자꾸 화를 내서요. 어제까지는 괜찮았는데 오늘 갑자기 분노조절이 안 되는 게 좀 힘드네요. 다음에 마주치시면 그냥 못 본 척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부장님께서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셨다. 사실 말씀드리기 전에 어떻게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없었다. 그냥 머릿속에서 나온 대로 말씀드렸다. 그래서 말씀드린 뒤로도 괜한 말씀을 드렸나 후회했다. 그 후로 복도를 지나다니다 마주칠 때마다 내게 거듭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부장님 모습을 보고 내가 신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장님께서는 교사로서 당연히 할만한 지도를 하셨다. 그런데 까마득한 후배가 '당신이 한 행동 탓에 내가 힘들어졌다'는 투로 이야기한 꼴이었다. 그리고 그 학생이 밖에서 어떤 감정을 가지고 교실로 들어왔든지, 그 통제는 내가 해야 할 몫이었다. 남 탓을 하기 전에 내가 교실에서 교사로서 제대로 말하고 행동했는지를 돌아봤어야 했다. 회의에 참석해서도, 빈 교실에서 수업준비를 하면서도 계속 그 생각이 들어 마음이 불편했다. 퇴근하는 길에도 계속 생각했다. 생각을 거듭하다 내린 결론은 사과드리자는 것이었다.


시간이 더 지나기 전 얼른 말씀드리고 싶어 카톡을 보냈다. 다행히 부장님께서는 괜찮다고 말씀해 주셨다. 본인께서도 과하게 지도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도 말씀해 주셨다. 그 탓에 나는 더 부끄러워졌다.


어떤 행위를 하고 난 다음
거기 후회하는 마음이 뒤따른다면
그 행위는 확실히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이 잘못된 행위에 대한 보답으로
그는 쓰디쓴 참회의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법구경》제5장·어리석은 이


신중하지 못하니 자꾸만 후회하는 일이 남는다.



어디까지 해야 할까?

그를 충고하라. 그를 가르쳐라.
그로 하여금 잘못됨이 없도록 하라.
그러면 그는 착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악한 사람들에게는 비난받을 것이다.

《법구경》제6장·현명한 이


여전히 그 학생과 함께하는 일은 어렵다. 오늘 일로 더더욱 느꼈다. 선생님의 눈으로 봤을 때 잘못된 행동을 하나하나 고쳐주자면, 온 하루가 그 학생에게 지적하는 말만 하다가 지나버릴 것이다. 뒷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가방을 챙겨 교실을 떠나는 4시간 40분 남짓을 온통 말이다.

학급경영 연수에서 들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선을 낮추라'는 말이었다. 선을 정말 많이 낮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선을 낮추고 정말 가르쳐야 할 부분에 대해서만 지도하자 개선된 모습이 종종 보이기도 했다.(오늘 같은 날에는 여전히 똑같아 보이지만) 그런데 그 학생에게만 선을 낮춤으로 인해서 다른 학생들이 의아해한다. '왜 뭐라고 하지 않으시지'하는 눈빛이 보인다. 그 학생이 없는 날에 다른 학생들에게 '거북이와 토끼에게 같은 속도로 달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에둘러 말해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초등학생이라 곧잘 잊곤 한다.

오늘도 뜨거운 쇠구슬을 삼킨 기분이 든다. 하지만 선생님으로서 학교에 존재하는 이상 계속해서 충고하고, 가르쳐야 한다. 잘못됨이 아예 없도록 할 순 없지만, 잘못됨이 줄어들도록 도와야 한다. 하루 약 5시간씩 190일의 만남. 이 짧은 시간에 내가 그 학생 내면의 본질까지 바꿔줄 순 없겠지만, 사회의 틀 안에서 적응해 살아가는 연습은 시켜줄 수 있다. 그 과정에 내가 뭍에 끌려 나온 물고기처럼 펄떡거리더라도 그 꿈틀거림이 아주 헛된 움직임은 아니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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