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잘못을 들춰내야만 하는 사람

by 석수
남의 잘못을 들춰낼 때는 다음 다섯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들추려는 문제가 사실인지, 혹 거짓 소문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둘째, 그 문제를 지적할 때는 시기가 적절한지를 살펴야 한다.
셋째, 그 문제점에 대한 지적사항이 상대방과 제삼자에게 모두 이익이 있어야 한다.
넷째, 부드럽고 조용하며, 번잡하거나 까다롭지 않아야 한다.
다섯째, 그 상대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을 유지하며 절대 화를 내지 않아야 한다.

《잡아함경》


1. 3월 26일

연수의 날이었다. 14시 30분부터 16시 20분까지 연수가 끝난 뒤, 교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작년에 졸업한, 지금은 중학교 1학년인 학생 둘이 교장선생님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4학년 O반 선생님을 찾고 있었는데, 그게 나였다.

무슨 일인가 들어보니, 우리 반 학생(그 학생)이 3학년 학생에게 '자신이 담임선생님과 함께 CCTV를 돌려봤는데, 네가 내 자전거에 흠집을 내는 걸 확인했으니 수리비로 1만원을 달라'고 했단다. 그런데 나는 그 학생과 CCTV를 본 적이 없다.


더 어린 학생과 연관된 일이기도 하며, 중학생들까지 끼어있던 일이니 큰 일처럼 느껴진다. 내일은 그 학생과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마침 집에 와서 읽은 법구경의 구절이 다음날의 상황과 맞아떨어졌다. '남의 잘못을 들춰낼 때는'이라니.



2. 3월 27일

(1) 3학년

아침에 그 학생이 등교하자마자 어제 퇴근 직전 들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들은 이야기에 대해서 사실인지 물었다. 듣자 하니 다짜고짜 돈을 빼앗듯 만원을 달라고 한 것은 아니었고, 3학년 학생이 자기 자전거를 발로 찼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애가 인정하지 않고 만져만 봤다고 얘기해서 화가 났단다. 그래서 선생님과 CCTV를 확인해 봤다는 거짓말을 했고, 짜증 나는 감정에 대해 보상받고 싶은 마음에 만원을 달라고 한 것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상대측 학생의 담임선생님에게도 확인을 부탁했다.

부탁은 했지만 내게 사실관계는 중요치 않았다. 나는 학생들에게 일어난 사건을 수사하는 사람이 아니다. 잘못의 경중을 따져 판결을 내리는 사람도 아니다. 물론 그런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중요한 건 학생들에게 옳고 그름을 알려주는 것이다. 확실히 잘못된 것은 담임선생님의 이름을 팔아 거짓으로 협박하듯 말한 것이었다.

그 외에는 지도하지 않았다. 사실은 지도하지 못했다. 나의 상황에 대입해 생각해 보니 지도할 수 없었다. 우리 반 학생이 나고, 자전거는 내 차라고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 내 차를 발로 찼다고 한다. 그걸 본 사람이 나에게 말해주었다. 내 차를 발로 찼다는 사람에게 가서 내 차를 왜 발로 찼냐고 물었는데 안 찼다고 한다. 그 상황에서 나도 마찬가지로 목격한 사람도 다 있고, 블랙박스에도 다 찍혔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내 차와 내 감정이 상한 것에 대한 보상을 원하지 않았을까? 나조차도 그렇게 했을 것 같은데 단순히 초등학생 간의 일이라고 해서 '그러면 안 된다'고 하기에는 복잡했다. 어른들도 그렇게 사는데. 아직도 부족함을 느꼈다.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했어야 맞는 것일까?


(2) 6학년

그런데 2교시 쉬는 시간, 6학년 세 명이 찾아왔다. 셋 다 나를 거쳐간 제자들이었다. 그 학생들은 한껏 억울한 표정과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 저희가 정말 참다 참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어요."

복도에는 보는 눈과 듣는 귀가 많아 연구실로 데려가 들었다. 또 우리 반의 그 학생이 엮인 일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주말이나 방과 후에 우리 반 학생과 6학년 학생들이 같이 논다. 같이 자전거를 타고, 벨튀(벨 누르고 도망치기)를 하며, 놀이터에서 그냥 모여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반 학생이 6학년 본인들에게 욕을 하고 매우 무례하게 군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들어보니 더러운 욕설도 많았다.


듣다 보니 문득 들었던 생각이, (물론 잘못된 일이지만) 이성보다 동물적 본능이 더 가까운 6학년과 4학년 남학생들이라면 주먹질 몇 번으로 예절을 가르쳐 줄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얘네들이 굳이 나를 찾아와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두 가지 경우였다. ①때리지 않고 말로만 했다. ②때렸음에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 내 생각에 2번이 유력했지만, 6학년 학생들에게 때렸냐고 물어봐야 아니라고 할 것이 뻔하기에 우선은 올려 보냈다. 그리고 우리 반 그 학생과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


그 학생이 이야기 한 내용은 이렇다.

벨튀를 한 것은 맞다. 벨튀가 잘못인 것을 안다. 그런데 형들이 다른 애들도 같이 했는데 유독 나한테만 뭐라고 하고 욕을 한다. 그래서 나도 참다가 혼잣말처럼 욕을 했다. 형들한테 욕을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그런데 그걸 형들이 듣고는 욕했다고 나를 때렸다.

역시나 6학년은 이미 주먹질을 했었다. 나는 곧바로 6학년이 때린 사실을 부모님께 알렸는지 물었다. 그런데 허무한 대답이 돌아왔다.


"네. 근데 엄마가 그냥 참으래요."


나는 잘못 들은 것인가 싶어 되물었지만, 제대로 들은 게 맞았다. 나에게는 충격적인 답이었다. 그날 마침 그 학생이 조퇴해야해서, 학부모와 통화할 일이 생긴 김에 물어보았다. 혹시 6학년과 있었던 일을 알고 있는지, 어머님께서 참으라고 하셨다는데 혹시 OO이가 숨기려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닌지 말이다.


"OO가 말은 했는데 ···. 네, 그냥 참으라고 했어요."


그 뒤로는 그 외에 소소한 금전문제들을 며칠에 걸쳐 해결하고, 문제가 해결된 마지막 날 6학년에게는 절대 때리지 않도록 지도했다.

"OO는 선생님한테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런데 너희가 선생님에게 와서 이야기했다는 것은 때리지 않았다는 걸 텐데, 앞으로도 절대 때리지 말아라."

그 외에 반 협박성 말들로 가득한 잔소리 연설을 주구장창 해댔다. 내가 6학년 학생들에게 'OO가 그러던데, 너희 때렸다면서'하는 순간 왜 선생님께 이르냐며 방과 후에 보복을 할까 염려되었다.


위 내용을 적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참 이상하게도 그들은 다시 같이 놀고 있었다. 학교에서 만나면 서로 반가워한다. 나만 혼자 진지했던 것일까. 그리고 잘못은 누구에게 있을까. 잘못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학부모의 대응 방법에 허탈함을 느낄 필요가 없었나?


3학년 학생과의 일은 해프닝처럼 기억에서 지워져 갔다. 3학년 선생님은 자기 반 학생을 감싸며 나에게 다시 확인해보라는 내용의 쪽지를 보내왔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지만, 각자의 반 학생에게 애정 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쪽지에 답은 하지 않았다.




일체법이 다 불법(일체법 개시불법, 一切法 皆是佛法)이다.

《금강경》


집에 돌아오는 길, 여자친구와 전화를 하면서 왔다. 학교에서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해 있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왜 내가 맡은 반에만 자꾸 이런 일이 생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마음의 파동은 이전에 비해 금방 가라앉았다. 《금강경》속 말씀처럼, 삶 자체가 수행길인 것이다. 삶이란 고뇌와 고통으로 가득 찬 것이고, 그것이 작거나 크거나 나의 마음을 닦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다.


삶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하든 그렇지 못하든 모두 내게 도움이 되는 점이 있다. 지혜롭게 해결한다면 앞으로도 유사한 방법으로 대처하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더 현명한 방법을 찾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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