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팠던 나를 추억하며...
글을 쓴다는 것은 참 괴로운 일입니다.
제가 제가 아니게 되고, 말 그대로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누군가가 제 몸에 들어와서 노래를 읊기 시작하면 저는 그것을 단지 옮겨적을 뿐입니다. 그 노래를 옮겨적을 때만이라도 이 세상을 잊고 무아에 빠질 만도 하련만은 제 정신은 왜 이렇게도 현실에 머물러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꿈이 현실보다도 더 현실같습니다. 꿈에서는 그렇게 선명하게 느껴졌던 것들이 왜 현실에서는 느껴지지 않을까요? 모든 감각이 마비되어 마치 제 몸이 텅 비어버린 것만 같습니다. 감정조차 이제는 희미합니다. 딱히 죽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살고 싶지도 않습니다. 무엇 하나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삶이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제 존재 자체만으로도 기쁨이었다는 말은 참 기쁘고도 괴로운 말인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이상 저는 더는 죽기 어려워졌으니까요. 저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저에게 사람의 마음이 남아 있다는 것을 오랜만에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들이 충동적이었던 지난 날과는 다르게 조금이나마 이성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제 눈물이 말라버린 것은 우울증 때문일까요? 진심으로 기쁨을 느끼며 웃었던 적이 언제였는지 제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꼴에 인복은 많아서 저에게는 과분한 사람들과 같이 있지만 사람들에게는 모두 각자의 삶이 있는 법이니까요.
더 생각하기 싫네요. 정신부터 지쳐옵니다. 의미도 없는 일들을 반복하는 하루하루가 지나고, 모든 것에 질려버린 것만 같이 세상이 지겨워지면 하루를 그만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입니다. 아니, 하루가 아니라 저의 내일을 없애버리고만 싶은 충동에 휩싸입니다.
이제 저의 몸은 공포마저 잊었나봅니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젠 아래가 그렇게도 평온해보입니다. 그래서 홀린 듯이 비틀비틀 아래로 내려가면 저의 평온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끝없는 공허가 다시 저를 덮쳐오는 것입니다. 그렇게 또 부질없는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예전에는 그렇게도 아름다웠던 하늘에게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그렇다면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아... 하루 종일 죽을 궁리밖에 하지 않는 것만 같아요.
이 공허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미 원망따위는 잊었습니다. 차라리 축복도 없이 태어났다면 좋았을 것을... 그 축복은 도대체 누가 내린 것이길래, 그리고 무엇이길래 저의 죽음을 이렇게도 막는 것인지...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젠 일상조차 희미하네요. 그래도 차라리 이렇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고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어버린 마음으로 전력을 다해서 맞설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그런 악기들은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이제는 그 선율을 들어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지만 옛날에는 그 선율의 미세한 떨림조차 저를 설레게 하던 때가 있었는데 도대체 제 마음은 누가 거두어갔길래 이렇게 흔적도 없이 비어버린 것일까요?
하루하루가 지겹고, 하루하루가 공허합니다. 마치 세상에 질린 것 같습니다. 가득한 축복에 젖은 제가 감히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니 사람은 자신에 대해서 5%밖에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했던가요? 그렇다면 제가 모르는 95%의 저는 어떨까요? 조금이라도 괜찮은 사람일까요? 남은 95%의 저는 과연 조금이라도 삶을 갈망하고 있을까요? 무언가를 느껴가고 있을까요?
내일은 조금이라도 선명한 하루일까요? 세상이 참 저를 미치게 만드네요. 기대가 전혀 되지 않는 내일이지만, 무의미한 시간들이 지나갈 테지만... 그렇게 아마 내일도 공허함만 가득할테지만... 그래도 걸어가야겠죠? 멈춰선 안되겠죠? 아마 괜찮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