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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으로 Mar 28. 2022

3월 28일의 꽃, 아카시 꽃나무

'품위'라는 꽃말

 흔히 '아카시아꽃나무'로 알고 있는 이 나무는 원래 본명이 '아카시 꽃나무'라고 하네요. 우리에게 동요 속 노래 가사와 꿀, 껌으로 너무나 친숙한 그 아카시아 맞습니다. 4월 즈음, 산책 삼아 산을 오를 때면 어디선가 부는 바람에 함께 일렁이는 아카시아 꽃 향기에 심쿵한 적 있으신가요? 순간 코 끝에 닿은 감미로운 향기가 너무 향긋해서 더 맡으려 숨을 킁킁 들이마셔도 원하는 만큼 충분히 맡을 수 없어 아쉬웠던 기억이 나기도 합니다. 꼭 그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기 때문이지요. 꿈결처럼 스란하게 지나가는 내음은 더 붙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어 더욱 향기롭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은연중에 왔다 가는, 왔다 갔는 줄 모를 만큼 소곤히 왔다가 아름다운 잔향을 남기고 가는 아카시아꽃나무의 향기처럼 우리에게 '품위'란 보란 듯 드러내 놓는다고 해서 생기는 미덕이 아닙니다. 비싼 옷을 입고 비싼 가방을 멘다고 해서, 좋은 집에 산다고 해서 그 사람이 '품위'있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요. 언뜻 보면 왠지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는 사람들에게 '품위'가 자연히 따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품위'는 단순히 돈으로 가질 수 있는 미덕이 아닙니다. 여러 날의 세월을 인간에 대한 따듯한 마음이 기본이 되어 존중의 언행을 통해 타인을 대하고 조화하는 사람이 자연스레 발향하는 고귀한 향기입니다. 오래 간의 시간과 진심 어린 존중의 태도가 만드는 미덕이지요. 겉모습, 직업, 지위 등 보이는 것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며 그게 누구든 귀 기울이고 존중하는 태도. 저는 그것이 그 사람의 '품위'를 높인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집에 살고 비싼 차를 타고 다닌다 한들 그렇지 않은 사람을 무시하고 하대하는 사람은 결코 품위 있지 않습니다. 말투가 고급스럽다한들 말 그릇에 담는 말들이 조롱과 무시 같이 천박한 단어들이 담긴다면 오히려 자신이 쌓아온 품위를 깎아내리게 될 것입니다.

 교사라면 학생에게 같은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태도로 말하고 사장이라면 직원들에게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노 젖는 동료로서 감사하며 선배라면 후배에게 삶의 또 다른 이면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선생님으로서 대하고 손님이라면 가게 주인에게 실수할 수도 있는 그 또한 나와 같이 완벽하지는 않은 사람으로 이해해 줄 때 나는 품위 있는 사람이 됩니다. 가장 약하고 어리고 가진 것 없는 곳에서부터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시작될 때 여러분은 아카시아꽃나무 잔향처럼 아름다운 품위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저는 품위 있게 살고 싶습니다. 자연스레 스며든 품위는 후에 저에게 사람들의 존중과 존경을 은은히 가져다주겠지요. 존경이라는 표현보다는 귀감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말이 좀 더 적확한 표현 같네요. 그럼 곧 덩굴성 식물의 꽃말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있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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