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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으로 Apr 01. 2022

3월 31일의 꽃, 흑종초

'꿈길의 애정'이라는 꽃말

'오늘이 벌써 3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라는 상투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려 합니다.'라고 시작하려 하니 그리 시작하고 싶지 않아 졌지만 의식의 흐름대로 내버려 두고 싶은 마음이 생겨 내버려 두며 시작합니다. 오늘의 꽃 '흑종초'는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매우 신비롭고 특별한 얼굴을 지니고 있습니다. 빛깔도 다양하지만 그 빛이 완전히 선명하진 않아서 더욱 은은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비너스의 머리카락'으로도 불리는, 결결히 빛나는 꽃받침과 존재감을 뽐내는 암술과 수술은 그가 가진 얼굴과는 상반된 뚜렷함을 지니고 있어 그 유니크함이 더욱 돋보입니다. 이렇듯 단연 독보적인 생김새를 가지고 있는 '흑종초'는 꽃말 또한 굉장히 특이한데요. 바로 '꿈길의 애정'입니다. 직관적으로는 바로 이해되지 않는 문구지만 막연히 아득하고 따듯합니다.

 꽃말 글쓰기를 하기 전에 항상 오늘의 꽃에 대해 찾아보곤 합니다. 흑종초에 대해서 찾아보던 중 흑종초 씨앗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흑종초의 검은 씨앗은 음식의 풍미를 배가시키는 향신료로도 널리 쓰이는데 특별한 맛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효능 또한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이슬람 경전 [하디스]에 "죽음을 제외한 모든 병을 치료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히포크라테스와 클레오파트라가 건강과 미용을 위해 즐겨 사용했으며 '지중해의 검은 보석'이라 불리며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만병통치약으로 사용되어 왔다고 합니다. 생김새만 특별한 아이가 아니었지요?

 흑종초의 씨앗 이야기를 읽으며 순간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그의 꽃말에 집중하였습니다. '꿈길의 애정.' 우리 모두는 꿈을 꾸고 때론 길몽을 때론 악몽을 꿉니다. 잠에서 깨는 순간 악몽이 현실이 아님에 안도하기도 하고 행복했던 꿈속의 순간들이 휘발되어 버리며 아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삶의 여정을   그리운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번도 만난  없지만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동물을 다시 품에 안아보기도 하구요. 희미한 안개와 함께  쉬며  길을 걷는 동안 현실에서 다하지 못한 애정의 시간들을 보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코 돌아갈  없는 과거에 닿는 , 다시는 만날  없는 사람의 얼굴을 따듯한 손으로 만져보는 것은 오직 꿈속에서만 가능한 일일 테니까요. 생각만 해도 사무치게 그립고 아련히 눈물이   같습니다. 머금은 눈물과 함께 담담한 미소도 지어집니다. 그리웠던 것들과 마주하고  잠에서 깨어 애정의   속에서 걸어 나왔을  우리는 아마도 소곤히 '좋았다.'하고 얘기할 것 이니까요.

 흑종초의 씨앗은 우리의 아픈 몸을 치료하지만 흑종초의 꽃말은 어쩌면 우리의 마음을 치료하는 치료제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답답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행복을 꿈꾸는 순간, 보고 싶은 사람과 닿고 싶은 시간에 마주하는 꿈의 길 위에서 우리는 치유받고, 이에 힘입어 또다시 꿈이 아닌 현실을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실에서는 절대 가능하지 않은 일, 주지훈과 연인이 되거나 송중기가 일방적으로 나를 좋아한다거나 하는 일 말이죠. 꿈속에서 제가 얼마나 행복했겠어요? 또, 다시는 그 따듯했던 말간 볼을 만질 순 없지만 언제나 그리운 소중한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꿈도,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더 많이 많이 보고 자주 품에 안기고 싶은 외할머니를 애정 가득한 꿈 길 위에서 온 힘껏 가득히 안아보는 일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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