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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으로 Apr 02. 2022

4월 2일의 꽃, 아네모네

'기대'라는 꽃말

 오늘의 꽃은 '아네모네'. 꽃시장에 가면 꼭 데려오는 아이입니다. 바라볼수록 오묘하고 신비롭게 빠져듭니다. 다양한 색의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어떤 색이든, 심지어 그 빛깔이 원색임에도 범접할 수 없는 청순함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래서 '기대'하게 되지요. 그의 아름다움에, 그저 빤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현실과는 다른 신비의 세계에 데려다줄 것만 같습니다. 아마도 꽃잎과 수술 색의 대비가 '아네모네'의 큰 특징 중의 하나인데, 그것이 마치 아네모네의 세계로 향하는 돈데기리기리 돈데크만의 결계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기대'를 하게 되는데 아네모네는 그중에서도 그 '기대'가 더욱 커지는 꽃이라 이러한 꽃말을 가지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기대'라는 단어를 인간사에 적용해보면 글쎄요, 저는 그리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너무 큰 기대는 실망을 가지고 옵니다. 이것은 마치 피타고라스 정리처럼 확실한 공식으로 느껴집니다. 기대하는 순간들은 반짝이는 동공처럼 빛이 나지만 기대를 저버리는 순간, 혹은 기대가 채워지지 않는 순간 엄청난 죄책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 공허한 마음의 대체제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저는 힘이 듭니다. 그래서 평소 기대하며 살지 않으려는 방어기제를 장착하며 살아갑니다. 혹자는 그 삶이 너무 무겁지 않느냐고 묻겠으나 기대를 가지고 사는 삶에서 혹여라도 넘어질까 하는 불안함이 더 공포스럽습니다.

 기대 이상의 삶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기대하지 않고 잔잔히 살아가다가 어쩌다 다가온 행운에 감사할 뿐입니다. 세상이 그만큼 친절하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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