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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으로 Feb 01. 2022

처음

처음이라 두려운 사람들에게 전하는 어쭙잖은 용기의 말

 2월의 처음, 2월의 첫 날, 세벳돈의 기억 때문일까 왠지 기분이 좋은 설 명절과 더해져 보다 풍성한 날이 된 것만 같은 오늘 2월 1일 화요일. 상투적이지만 늘 새롭고 짜릿한 지난 달의 내 삶을 돌아보려한다. 2022년 1월에 나는 누구나 그렇듯 처음 맞는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 아주 오랜만에(중학생 때 이후로) 성인이 된 이후로 처음 수영강습을 등록했고, 플로리스트 과정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수강중이며 유튜브에 내가 좋아하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녹음실에 방문한 첫 달이다. 전 해인 2021년 12월에도 새롭게 시작한 일들이 많았지만 특히 지난 달인 2022년 1월의 처음이 더욱 강한 인상이 남는 것은 아마도 나의 몸과 마음이 비로소 힘을 내기 시작한 시점이라 그런 듯 하다. 운동을 하고 진로에 대한 큰 결심을 하고 더이상 타인을 과하게 의식하지 않은 채 나의 삶을 살 준비가 되기 시작하면서 인생의 즐거움을 상기하는 에너지를 얻게 된 것이다. 마냥 기쁘고 즐겁지는 않아도 더이상 우울에 침잠되거나 몸이 아파 비관하지 않게 되었다. 근본적으로 나에게 굉장히 큰 변화였고 그것이 몸소 느껴져 마구 기운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처음'이라는 것은 걱정되고 두려운 순간이다.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는 탓에 나에게 있어 '처음'은 더더욱 두려운 시간이다. 처음부터 잘하고 익숙한 사람은 없지만 처음부터 잘해야만 직성이 풀리고, 처음부터 잘하지 못하면 나 스스로를 비난해오던 탓에 무엇인가를 처음 시작하는 순간은 설레며 기대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두려움과 스트레스가 동반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경험해보지 않았고 어떻게 하는 줄 잘 모르기때문에 처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는 심장이 쿵쾅일만큼 아득하다. 처음 수영장에 갔는데 바보같이 허우적대며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어쩌지, 내가 너무 감각이 없어서 꽃꽃이를 망치면 어쩌지, 나에게 꽃꽃이에 대한 재능이 없으면 어쩌지, 처음 가보는 녹음실에서 비웃음을 당할 정도로 못하면 어쩌지.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를 무수히 괴롭힌다. 그런데 웬 걸. 사실 모든일이 그렇듯 시작하고 나면 별게 아니다. (실은 수영과 꽃꽃이를 처음 배우던 날 좌절하긴 했었다. 바보같은 생각이다. 첫 날부터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으며 꽃과 함께한지 10년이 된 선생님과 나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지 않은가. 오히려 처음에는 서툰것이 자연스럽다.) 첫 날엔 긴장감에 조금의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그 다음날 그리고 또 그 다음날의 느낌이 현저히 달라졌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배우기로 나를 안심시키고 스스로 다독였다. 그러니 두려움은 점점 배움의 즐거움으로 바뀌어 갔다. 지금은 처음이라 두려웠던 것들을 모두 지속적으로 잘 해나가고 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별 거 아닌 것을 나는 왜 그렇게 처음에 용기가 없었을까.

 문득 오래전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 났다. [에드워드 황]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이라는 영화다. 당시 러닝타임이 3시간이라 꽤 엉덩이가 아팠던 기억이 난다. 이리저리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영화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던 순간! 이마를 탁 치는 명대사 명장면이 나타난다. 


"왜 우린 처음이란 걸 두려워 할까요?"

"인생에 있어서 하루 하루가 모두 처음인데."

"매일 아침이 새롭죠."

"우린 결코 같은 하루를 두 번 살 순 없어요."

"우린 절대 매일 아침 깨어나는 걸 두려워 하는 법이 없죠."


                                                                                  - 에드워드 황의 '하나 그리고 둘' 중에서 -


 생각해보니 그랬다. 나는 사실, 그리고 당신도 사실은 무수한 처음을 용기있게 맞이하며 지금 이 순간까지 살아온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매일이 처음인데 나는 한 번도 그 아침이 두려운 적이 없었다. 더 나아가서 바로 1초 뒤의 삶, 또 그 1초 뒤의 순간도 모두 처음일텐데 두려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 순간들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한 달이 되고 또한 삶의 여정이 된다. 나에게는 그리고 당신에게는 이미 용기가 있었다. 다만 그 새벽을 견뎌낸 새로운 시작에 엄청난 드라마가 있는 날이 많지 않기 때문에 미처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 생각하니 처음이라 두려울 것도 의기소침해질 것도 없다. 매일 매 순간의 처음을 호기롭게 겪어나가고 있는데 걱정할게 무엇인가. 이미 잘해왔고 잘하고 있다. 앞으로도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처음도. 나와 당신이 숨 쉬는 이 순간이 존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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